키코 피해 中企들 은행에 첫 승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키코(KIKO·환율 변동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의 하나)’로 큰 손실을 본 중견·중소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승소했다. 이에 따라 키코로 부당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의 소송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키코로 피해를 본 기업은 약 700곳, 피해금액은 10조 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엠텍비전 등 기업 4곳이 ‘부당한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하나은행과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등 3개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기업들이 청구한 금액의 60∼70%를 지급하라”며 2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금까지 키코 관련 소송에서는 은행 측의 배상책임을 20∼50%만 인정했다.
▼ 기업 줄소송 가능성… 은행권 “항소 검토” ▼

금융계와 산업계에서는 은행 측의 배상책임을 절반 이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견·중소기업들의 첫 승소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업의 이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손실 발생의 위험성에 관해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하게끔 (은행이)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즉, 은행들이 기업들에 키코 투자를 권유하면서 투자에 따르는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키코 피해 기업의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은행권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일부 패소 판결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키코 관련 법정공방은 2008년에 시작됐으며 지금까지 13개 은행이 기업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당했다. 1심 판결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135개 기업이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키코란 구매자인 기업과 판매자인 은행이 외화를 사고팔 권리(옵션)를 각각 갖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이 상품을 구매한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키코 피해#은행#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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