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효자’라더니… 서비스산업이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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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 제조업과의 생산성 격차 역대 최대 수준


《 ‘서비스산업 육성과 300만 개 일자리 창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런 국정과제를 야심적으로 선보였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외국 의료기관 및 대규모 관광리조트를 유치해 서비스업을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야권과 이익단체들의 반대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산업 육성책이 대부분 사실상 좌초되면서 한국 서비스업의 ‘고질병’인 저효율은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선전으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매년 급격히 향상되는 데 반해 영세 자영업자 증가, 각종 규제 등에 따른 고(高)부가가치화 실패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 GDP내 서비스업 비중 작년 58.1%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부가가치)은 8491만 원인 데 비해 서비스업 생산성은 절반에 못 미치는 3879만 원에 불과했다. 또 양대 산업 간 생산성 격차(4612만 원)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2000년만 해도 제조업(3544만 원)과 서비스산업(2381만 원) 간의 생산성 격차는 1163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6년 양 산업의 격차(2119만 원)가 처음 2000만 원 넘게 벌어지는 등 해마다 격차가 확대됐다. 또 2003년 4183만 원이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까지 8년간 갑절로 늘었지만 서비스업 생산성은 2003년 2890만 원에서 지난해까지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 정부 임기 중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임기 첫해였던 2008년(60.8%)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GDP 내 서비스산업 비중은 2009년 60.4%에서 2010년 58.5%, 지난해에는 58.1%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강종석 서비스경제과장은 “선진국들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안 한국의 서비스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가시적 성과 없는 서비스업 선진화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 증가와 고용창출 능력의 감소는 ‘동전의 양면’이다. 글로벌 기업이 된 수출 제조업체들은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고도의 자동화를 이뤘고 연구개발(R&D) 능력의 축적으로 기술수준까지 높아져 1인당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인력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서비스업은 고부가가치 분야로 꼽히는 의료 법률 관광 등 분야에서 일부 정치권과 이익단체들의 반대 등으로 각종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최근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생계형 창업’ 확대로 영세자영업만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정체됐다. 이에 따라 ‘저효율-저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만 일자리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간 생산성 격차가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990년만 해도 한국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의 1.12배였지만 2008년에는 주요 7개국(G7) 평균(0.77배)을 크게 밑도는 0.56배로 떨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서비스업으로 과도하게 노동이 유입되고 이 분야에서 시장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추지 못함에 따라 서비스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모두 저하됐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에 대한 각종 진입규제 장벽을 낮추고 해당 분야 기업 규모의 대형화를 유도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서비스산업#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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