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줄였지만 캠핑엔 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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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캠핑용품 올 7월까지 수입액 작년대비 28% 증가한 642억… 텐트-수상용품 크게 늘어
저소득층 오락-문화비도 증가 月 6만원… 2003년 이후 최고

《 직장인 허모 씨(36)는 요즘 주말마다 가족캠핑을 떠나는 재미로 산다. 3년 전부터 시작한 취미생활로 부인, 아들과 함께 금요일 밤마다 장비를 꾸려 전국 방방곡곡의 캠핑장을 찾아다닌다. “집에서 뒹굴던 생활을 탈피한 데다 가족 전체가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허 씨가 그동안 사들인 캠핑 및 등산 장비는 대략 1000만 원어치. 허 씨는 “매주 지방을 돌아다니느라 쓰는 기름값이나 캠핑장 이용료 등을 합치면 적잖은 부담이지만 주말 외식비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
허 씨처럼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식비 등 생활비보다 여가에 쓰는 돈을 늘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까지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하는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 캠핑용품 수입 크게 늘어

여가비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캠핑용품 시장’ 확대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캠핑용품 수입액은 지난달 말까지 5636만 달러(약 642억5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늘어났다. 특히 텐트는 7월까지 4518만 달러어치를 수입해 지난해 동기 대비 29.6%의 신장률을 보였다.

대표적인 레저용품 가운데 하나인 선글라스도 744만6000개를 수입해 지난해보다 10.3% 늘었고, 스킨스쿠버 장비와 공기보트 등 수상스포츠 물품의 수입증가율도 16.3%나 됐다. 산과 강, 바다 등 어디서든 여가를 즐기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캠핑용품 수입액이 지난해 3억1433달러를 넘어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가계동향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그대로 나타난다. 2분기(4∼6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3.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오락·문화에 사용한 돈은 6.8% 늘었다. 특히 공연 및 극장 등 관람시설 이용비(11.0%), 단체여행비(37.3%) 등의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해 눈길을 끈다.

○ 저소득층도 여가비 늘리기 동참

이례적인 것은 전체 가구가 아닌 저소득층 역시 여가비 지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4일 발간한 ‘2분기 오락·문화비 지출 경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오락·문화비 지출 규모가 월평균 6만1630원으로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여가’와 관련된 단체여행비가 월평균 1만671원으로 지난해보다 149.6% 늘어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어 공연 및 극장 등 관람시설 이용비(월평균 2만13원·7.9% 증가)의 증가율이 높았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계 소비구조에서 여가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만 저소득층의 여가비 상승은 정부의 바우처(서비스 무료사용권) 제공 등의 요인과 결합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생활비#캠핑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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