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집 밖을 나서기 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니깝’을 뒤집어쓴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가 법보다 앞서는 나라이다 보니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두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검은 베일로 가려야 한다.
하지만 검은 니깝 아래에는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은 이 나라 여성들의 미(美)에 대한 욕구가 숨어 있다. 매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화장품과 향수 구입에 쓰는 돈은 1인당 평균 3733달러(약 424만 원). ‘오일 머니’로 무장한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27일 KOTRA 리야드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는 데 쓴 돈은 24억 달러였다. 무역관은 올해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야드무역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화장품 시장 성장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2015년까지 연평균 4%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백과 노화 방지로 대표되는 스킨케어 시장은 2014년까지 4억904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인기 있는 안티에이징 제품은 지난해에만 시장규모가 약 1억 달러 수준이었다.
만만치 않은 자본과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이다 보니 세계 화장품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브랜드보다는 다국적기업들이 화장품 시장 투자 및 신규 제품 론칭을 주도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2010년 시장 점유율은 니베아가 16.8%로 1위. 이어 저겐스(7.0%)와 도브(6.2%) 등이 뒤를 이었다. 노화방지 제품 역시 프랑스 로레알의 제품이 10.7%로 1위를 차지했고 ‘올레이’ ‘니베아 비자주’ 등 다국적기업의 제품이 우세했다.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화장품은 총 168만 달러로 전체 소비량 24억 달러의 0.1%에도 못 미친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중저가 화장품업체인 ‘미샤’가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대리점을 연 것이 전부이고 현재 1, 2개 업체가 추가로 현지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무역업을 금지하고 있어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KOTRA는 최근 중저가 브랜드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명품 제품보다는 매스티지(masstige·비교적 값이 싸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고급품) 제품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보고 국내 중소업체들의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KOTRA 리야드무역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바이어들은 한국산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며, 특히 각종 바이오 성분이 첨가된 제품과 미백 화장품 등 기능성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하얀 피부를 강조하는 중동 현지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진출 전략을 수립하면 다국적기업의 명품 브랜드와 저가 인도·중국 제품과 차별되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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