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가격 인터넷에 바로 노출 10∼35% 인하… ‘고마진’ 포기
제품 불만족땐 100% 환불도
영국의 프리미엄 구두 브랜드 ‘바커’를 수입 판매하는 바커코리아는 24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이 브랜드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열면서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제품의 평균 가격을 35%가량 낮춘 것. 제품이 잘 안 팔려서가 아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판매했던 이 브랜드 제품은 입점한 편집숍 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이태영 바커코리아 사장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직접 제품을 구입하면 이틀 만에 배송받을 수 있고 현지 가격이 인터넷으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시대에 고(高)마진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갈수록 가격에 민감해지고 온라인 쇼핑이 확산돼 현지에서 직접 제품을 공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입업체들이 속속 판매가를 인하하고 나섰다. 실속형 짠물 소비에 익숙해진 ‘스마트 컨슈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착한 가격’으로 정면 승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 가격 조정 나선 브랜드들
바커 구두는 가격 조정을 통해 주요 제품 가격대가 30만∼40만 원대가 됐다. 바커 측은 “영국 현지 판매가에 배송비와 부가가치세만 더한 가격”이라며 “애프터서비스를 고려하면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LG패션이 올가을 첫선을 보이는 미국의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빈스’ 역시 미국 현지 가격의 115∼120%대로 국내 판매가를 책정했다. 통상 고급 의류·잡화 브랜드들은 현지가 대비 2배가량 높은 가격을 책정해왔다. LG패션 관계자는 “타깃 소비자가 동일한 ‘자딕앤볼테르’ ‘띠어리’ 등 기존 브랜드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들은 신규 브랜드를 들여오거나 새로운 시즌 상품을 판매하면서 자연스레 조정된 가격을 선보이는 정책을 쓰고 있다.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의 가격을 낮추면 프리미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고급 유아용품들도 속속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스토케’의 인기 모델인 ‘익스플로리’ 유모차의 가격은 5월 189만 원에서 169만 원으로 11% 떨어졌다. 유모차 수입업체 YKBnC도 지난달 ‘퀴니’와 ‘맥시코시’의 유모차 가격을 최대 15.4% 인하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을 직접적으로 내리지 않더라도 자체 할인율을 높이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가격 보상제도 늘어
제품을 써보고 만족하지 못하면 100% 환불해주는 ‘안심 구매 보장’ 마케팅도 가속화되고 있다. 보다 깐깐하게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의 베이비 스킨케어 브랜드 ‘존슨즈 베이비’는 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G마켓과 함께 ‘탑투토 워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불 이벤트를 실시한다. G마켓을 통해 제품을 구입한 뒤 만족하지 못하면 7일 이내에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다.
에너자이저코리아의 면도기 브랜드 ‘쉬크’ 역시 지난달부터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2월 말까지 이 브랜드 ‘하이드로’ 모델의 면도기 및 면도날을 사용한 뒤 만족하지 못할 경우 2주 안에 환불받을 수 있게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고,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을 책정할 때 ‘소비자 눈치 보기’가 어느 때보다 심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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