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저성장, 가계부채, 내수침체 등 경제 전반에 우울하고 긴박한 소식만 가득하던 참이라 이번 일이 더욱 반가웠던 것이죠.
이날 러시아 출장길에 오른 박재완 장관은 페이스북에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올림픽에 빗대 “런던 올림픽처럼 경제 올림픽에서도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이라 보면 되겠죠. 처음이니까 ‘한국 신기록’인 것은 당연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열렬한 야구팬이라는 점도 다시 한 번 드러냈죠. 그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조차 ‘루킹 삼진’(배트를 휘두르지 못하고 공만 쳐다보다가 당하는 삼진)을 당하듯 속절없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즌’에서 거둔 성적이니 ‘대회 신기록’으로 해석해도 민망하지 않으리라 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포츠 경기 승리팀 감독이 내놓는 ‘승장(勝將)의 코멘트’를 연상시키는 부분입니다.
재정부에서 등급 상승 뉴스를 박 장관 못지않게 반긴 사람은 신제윤 1차관입니다. 신 차관은 평소 입버릇처럼 “신용등급 올라가는 것만 보면 원이 없겠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날은 업무차 국회에 가 있다가 전화 보고를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재정부 주무부서인 국제금융국의 간부와 공무원들도 언론보도 모니터링과 후속 조치를 하느라 이날 밤 12시까지 야근을 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은 기색이었습니다.
정부가 무디스 발표에 더욱 고무된 배경에는 최근의 한일 갈등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표현은 못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발언에 속이 부글부글 끓던 중 마침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죠.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 한국 국채매입 유보 등 일본 정부의 발언에 대해 극도로 반응을 자제했던 국제금융국 간부들은 이날 유난히 일본과의 등급 비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대내외적으로 경제도 안 좋고 외교 갈등도 생겨 분위기가 다소 처져 있었는데 힘을 북돋아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