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죽는 병’ 걸린 몽골 환자, 한국서 치료받고 웃게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11시 24분


강북삼성병원, '아놀드 키아라 증후군' 몽골인 수술

웃으면 뇌압이 올라 죽을 수 있는 희귀병에 걸린 몽골 환자가 한국에서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 됐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외과 신현철 교수는 희귀 뇌질환인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몽골인 가그드 이네비쉬 씨(53·여)에게 뇌와 척수의 유착을 없애 척수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9일 밝혔다.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뇌 일부가 비대해져 뇌로 가는 척수액 흐름을 막는 희귀질환이다.

척수액이 척수와 뇌의 비어 있는 공간에 쌓여 목과 머리의 통증, 시력상실, 성대마비, 다리근육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웃거나 갑자기 움직여 혈압이 상승할 때 뇌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그드 씨는 5월부터 온몸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사지에 힘이 빠져 걷기 어려운 증상을 겪고 몽골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척수에 물집에 차는 '다발성 척수 내 낭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원인 규명과 치료가 어려워 한국을 찾았다.

신 교수는 가그드 씨가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 환자임을 확인한 뒤 지난 17일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부위의 대후두공과 경막을 확장하고 뇌-척수 유착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은 수술을 통해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이 가능하며 뇌-척수 유착이 다시 생기더라도 증상이 재발할 확률은 20% 안팎이다. 가그드 씨는 치료가 잘 돼 이달 24일 퇴원했다.

신 교수는 "먼 이국땅까지 찾아와 어렵게 수술을 받게 된 환자가 앞으로 마음껏 웃으며 생활할 모습을 생각하니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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