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노후 준비 자산 리모델링 A to Z]<5> 갑자기 은퇴한 50세 금융회사 임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금융자산 5억… 기대수익률 높은 상품 옮겨타라

창업투자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다 두 달 전 퇴직한 고모 씨(50). 그는 20여 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으며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10억 원대 아파트와 5억 원의 금융자산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은퇴가 너무 갑작스러웠다.

퇴직 후 어떻게 자산을 관리해야 편안한 노후를 보낼지 고민해본 적도 없다. 고 씨는 대학생인 두 자녀의 결혼 비용을 대고, 신혼집 마련도 돕고 싶다. 집을 줄여 자녀 결혼 비용 등을 충당한다면 노후 설계에 쓸 돈은 5억 원가량의 금융자산이 전부다.

○ 포트폴리오만 바꿔도 은퇴 준비지수 상승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갑작스럽게 은퇴를 했더라도 보유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면 은퇴 준비가 늦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들의 점검 결과 고 씨의 현재 100세 준비지수는 66.4%, 경제수명은 80세다. 100세까지 살려면 은퇴 후 월 희망 소비액의 66.4%만 쓸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소비한다면 8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그의 은퇴 후 월 희망 소비액은 300만 원이다.

고 씨의 금융자산은 국공채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기대수익률이 낮은 상품에 몰려 있다. 이경민 대우증권 갤러리아 GM(그랜드마스터) PB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면 은퇴 후 원하는 만큼의 소비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들은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과 브라질국채, 상장지수펀드(ETF) 분산투자를 추천했다. 이경민 PB는 “브라질국채 등 비과세 상품을 포함하면 7∼9%대의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산 구성을 조정하면 100세 준비지수는 91.8%로 올라가고 경제수명도 93세로 늘어난다.

잠원동 아파트는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같이 살기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 여건이 좋은 데다 재건축으로 자본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가족 위한 은퇴준비도 필수

현재 가입해 둔 보험이 없다는 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고 씨는 월 98만 원이 지급되는 국민연금 외에 연금과 보험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창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생애설계센터장은 “만일의 경우 고액의 치료비와 간병비용이 지출될 수 있으므로 종신보험이나 보장성 보험에 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자녀의 결혼 등 대규모 현금 지출에 대비해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됐다. IRP는 퇴직 후 6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가입할 수 있다.

이 연금은 퇴직급여를 받은 근로자와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자영업자(2017년 이후)가 가입할 수 있으며 연 1200만 원까지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중도해지를 할 수 있고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 및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있다.

제3의 인생을 준비하며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 어릴 때부터 꿈꿨던 일을 해보라는 뜻이다. 일을 하며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앞으로 5년간 월 1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고 씨의 경제수명은 99세로 늘어난다.

:: 100세 준비지수 ::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은퇴 후 월 희망 소비액 대비 현재 자산으로 준비할 수 있는 월평균 소득의 비율.

:: 경제수명 ::

은퇴준비자산을 가지고 희망 은퇴소비금액을 사용했을 때 집을 포함한 준비자산을 모두 사용하는 시점.

▽자산리모델링 자문위원 △이창성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생애설계센터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 △김현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위원 △이경민 대우증권 갤러리아 GM(그랜드마스터) PB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금융#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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