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전년보다 약 42조 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그룹 중에선 삼성을 제외한 9개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보다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가 여전해 일부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의 재산을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46개 대기업집단 매출(1407조 원) 가운데 내부거래인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186조3000억 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3.2%로 2010년보다 1.2%포인트(41조6000억 원) 높아졌다.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24.5%로 상장사(8.6%)보다 3배 가까이로 높았다. 비중으로는 STX(27.6%) SK(22.1%) 현대자동차(20.7%) 등의 내부거래가 많았고 금액으로는 삼성(35조 원) SK(34조 원) 현대차(32조 원) 등이 높았다.
공정위는 비상장사나 총수 지분이 많은 계열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시스템통합(SI) 물류 광고 등 총수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대한 내부거래 비중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내부거래 때 수의계약을 체결한 비율은 89.7%에 이르고 절반 이상(54.5%)은 결제할 때 현금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편의까지 봐주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수직계열화 등 부득이한 이유로 내부거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 불합리한 거래 관행도 있다”며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꾸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위의 발표에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지만 정당한 내부거래까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부거래액이 2010년보다 16조7600억 원 늘어난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의 분사로 기존 사내거래가 계열사 간 거래로 바뀌었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거래 중 상당액은 그룹 내 수직계열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거래이거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경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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