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20년간 전세계 販禁”… 美 지방법원 ‘월권 판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듀폰 비밀 침해… 1조원 배상”… 코오롱 “집행금지 신청-항소”
판사, 듀폰 계약 로펌 경력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미국에서 듀폰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20년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제품 생산과 판매를 하지 말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31일 구미공장의 아라미드 섬유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코오롱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30일(현지 시간) 코오롱의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에 대해 생산 및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미국 지방법원이 관할권을 벗어나 전 세계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려 월권에다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이 법원은 지난해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9억1900만 달러(약 1조4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코오롱은 “최대한 빨리 이 판결에 대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4200여억 원, 아라미드 섬유 매출은 약 900억 원이다.

코오롱은 “듀폰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은 대부분 공개된 내용”이라며 “우리는 1979년 아라미드 제품을 개발해 미국 일본 유럽에서 특허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파라계 아라미드 섬유는 방탄복과 골프채에 쓰이는 첨단 소재다. 코오롱이 2005년 세계 세 번째로 아라미드 섬유 상용화에 성공하자 듀폰은 “코오롱이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0%에 가깝다.

이번 소송은 듀폰이 90년 가까이 대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버지니아 주에서 진행됐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지역주민들이 배심원이 돼 향토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결을 내렸다는 점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 미국 특허소송을 닮았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듀폰의 소송을 대리한 로펌에서 21년이나 일했던 경험이 있어 코오롱 측이 기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코오롱#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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