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 기업의 공시를 볼 수 있는 인원을 대폭 줄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코스닥 공시 유출 사건으로 거래소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였습니다. 기업 공시는 어떤 것이고, 왜 이런 대책이 나온 건가요. 》 공시(公示)의 사전적 의미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게시해 일반에게 널리 알리는 일’입니다. 법률적으로는 권리의 발생이나 소멸을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주식시장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다만 상장 기업이라면 회사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도록 의무화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정보 내용은 경영실적과 재무상태, 합병 또는 증자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망하면 회사에 투자했던 사람들도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됩니다. 만약 회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공시된다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거나 특정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시는 ‘완전경쟁상태’의 효율적 시장을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각 기업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모든 기업이 회사의 가치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받도록 의무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기업 내부자가 부당 이득을 얻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일단 기업에 투자한 이상 모든 주주는 동등한 지위를 누려야 합니다. 기업에 대한 정보도 누구나 같은 시점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하죠. 만약 공시가 없다면 기업과 특수한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들만 이익을 가져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일어난 코스닥 공시정보 유출도 이런 점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는 각 기업이 보내온 공시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기 전에 검토하는 직원이 40여 명이나 됩니다. 거래소 직원은 시장의 관리인이자 파수꾼으로서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이 공시가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에 주식을 매매해 부당이득을 취하거나 공시정보를 특정인에게 제공해 부당이득 취득을 도울 경우에는 문제가 됩니다. 거래소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최근 공시 열람 인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시장의 공시는 관련 법(자본시장법)에 따라 크게 발행시장공시와 유통시장공시로 나뉩니다. 발행시장공시는 증권과 증권 발행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자자에게 전달하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투자설명서와 증권발행 실적보고서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통시장공시는 기업의 경영활동 내용과 증권 거래 상황 등을 알리는 공시입니다.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의 정기공시와 주요 경영사항을 알리는 수시공시, 부도 발생 및 은행거래정지 등의 내용을 담은 주요 사항 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공개매수신고서 등의 기타공시도 있습니다.
기업정보가 만들어지는 즉시 신속하게 공시돼야 합니다. 투자자의 판단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가장 최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기업이 제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장엔 해당 기업과 관련한 ‘뜬소문’이 만연하게 됩니다. 뜬소문으로 주가가 왜곡된다면 그 피해는 투자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투자자가 공시를 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공시는 정확한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담아야 합니다. 주식 투자의 문은 전문지식이 없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누구나 공시만 보고도 기업의 경영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겠죠. 그래서 공시는 쉬워야 합니다.
상장 기업이 공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요.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상의 허위 공시에 대한 제재나 금융위원회의 공시의무위반 제재와는 별도로 불성실 공시법인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공시를 하지 않거나 이미 공시한 내용을 전면 취소 및 부인할 때엔 거래소가 해당 기업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사안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는데 벌점이 5점 이상인 경우엔 1거래일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됩니다. 그리고 시세표에 일정한 기간에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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