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 연체빚 탕감 등 서민 위한 행보 속도내지만
“금융감독당국에 등 떠밀린 마지못한 생색내기” 지적
금융권이 금리 인하, 연체 빚 탕감, 봉사활동 등 서민을 위한 행보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 등을 떠밀린 데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등 잇달아 터진 금융권의 악재를 무마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서민 대상 소액 신용대출 지원, 새희망홀씨대출 최고금리 2%포인트 인하 등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이율 8∼14%로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소액 신용대출 신상품을 선보이고 △새희망홀씨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14%에서 12%로 2%포인트 낮추며 △연리 12∼14%로 성실히 상환하면 6개월마다 0.5%포인트씩 금리를 내려 최대 6%포인트까지 낮춰주는 프리워크아웃제도(사전 채무 재조정)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프리워크아웃은 채무자가 연체 위기에 있을 때 미리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다.
신용보증기금은 ‘채무감면 특별캠페인’을 11월 말까지 실시해 장기 채무기업의 단순연대보증인 등에 대해 채무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7년 이상 갚지 않은 업체의 단순연대보증인에게 3개월간 내야 되는 이자의 절반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이다.
대구은행은 사회봉사활동과 직업훈련체험 등에 참여하면 채무액을 줄여주는 ‘DGB희망나눔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11월 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장기간 대출 원리금을 연체한 고객에게 채무액의 30∼70%를 감면해준 뒤 봉사활동이나 직업훈련체험을 하면 채무액을 시간당 3만∼5만 원씩 줄여준다.
우리은행은 ‘참금융 실천 10대 과제’ 등을 내놓았고 신한은행은 ‘사회책임경영 신상품 4종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직원들은 지난달 말 ‘볼라벤’ ‘덴빈’ 등 태풍 피해가 잇따르자 봉사활동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이러한 서민 행보에 대해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몇몇 은행들이 내세우는 장기분할상환 프리워크아웃제도는 KB국민은행에서 2008년 12월부터 실시하고 있던 제도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7월 모범사례로 높게 평가하면서 나머지 은행들이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소액 신용대출 지원과 새희망홀씨대출 등도 금감원이 6월 시중은행 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협조를 요청한 사안이다. 신보의 특별캠페인은 5만여 개 기업의 연대보증인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부실기업의 거액 채무를 진 사람들이 3개월간 이자를 깎아준다고 얼마나 돈을 갚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구은행을 포함한 신한은행 등의 신용회복 프로그램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신삼청교육대’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소액 신용대출 상품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은행의 가계대출 중 12% 이상 고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해 수혜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금융 불신을 해소하려는 전형적인 생색내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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