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받아 본 사람들은 보험금 받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보험을 가입할 때는 몰랐던 약관 조항 때문에 보험금이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거나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을 겪고 나면 보험사에 등을 돌리게 된다.
삼성생명이 7월부터 시행하는 ‘고객사랑 지급서비스’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서비스다. 보험금 접수에서 심사, 지급,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뜯어 고쳐 보험금 지급 기일을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생명의 고객 서비스 강화는 3월 초 박근희 사장이 ‘2020 비전’을 발표하면서 회사가 아닌 ‘고객 이익 중심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삼성생명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이 서비스를 이상용 고객지원실장(전무·사진)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실장은 1981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보험영업을 해 회사 안에서 ‘영업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영업지원팀장, 채널지원팀장, 전략채널본부장, 개인영업본부장 등 영업과 관련된 핵심 보직을 모두 거쳤다. 고객이 필요한 항목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이 실장이 고객 사랑 지급 서비스를 주도하는 것만으로도 회사 안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이 실장은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당일 지급되는 비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올해 안에 50%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라며 “보험은 가입하기는 쉬워도 보험금 받기는 힘들다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1년에 지급하는 사고보험금이 2조5000억 원이므로 연간 기준 1조2500억 원을 고객이 청구한 당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보험금 지급기일도 현재 2.3일에서 2일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삼성생명은 기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기일 단축을 위해 전용 콜센터(1577-4118)를 개설했다. 120명의 보험금 전용 상담원을 배치해 고객이 전화하면 바로 상담원과 연결되도록 했다. 또 컨설턴트가 고객을 대신해 보험금을 접수하는 ‘방문접수 서비스’ 제도를 활성화해 고객이 보험금을 신청하기 위해 창구를 찾아야 하는 불편도 줄여가고 있다.
보험금을 서둘러 지급하면 고객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보험사기를 노리거나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한 이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보험금 지급기일을 단축하려면 보험사기를 가려낼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게 바탕이 돼야 한다”며 “전산만으로 심사를 완결하는 전산 심사시스템을 확대하고 본사가 아닌 고객창구에서 직접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신청 및 조건 등으로 지급 실적이 전무하던 ‘사망보험금 일부 우선 지급 서비스’도 고객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크게 줄였다. 통상 사망보험금 지급은 사망신고 등의 절차로 2, 3주의 기간이 걸린다. 이 실장은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 서류만으로 접수 뒤 하루 안에 3000만 원 한도에서 사망보험금을 일부 지급해 장례비 등 긴급자금이 필요한 고객이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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