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체가 지난달 거둔 내수 실적 성적표는 예상보다 처참했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8월 자동차 판매대수는 총 8만5543대로 전월 12만1426대에서 수직 하강하며 4년 만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아닷컴이 최근 3년간 관련업계의 실적을 비교 종합해본 결과 이들 업체는 지난달에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또한 판매대수는 지난 1월(9만6448대)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유럽 발 경제위기가 국내 시장을 위축시켰지만 줄 곧 총 판매량 10만대를 사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자동차업계가 내수시장에서 최악의 실적을 거둔 데에는 현대·기아차의 동반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 업체는 매달 10만대 이상을 판매해 오며 국내 점유율 80%이상을 책임졌지만, 8월에는 6만8028대(79.5%)에 머물렀다. 현대차 내수판매량은 전월과 비교해 40%(3만5950대)나 급감했고 기아차 또한 20.4%(3만2078대) 감소했다.
현대차의 경우 신형 아반떼의 신규 등록이 전월에 비해 44.7%나 감소한 5629대로 베스트셀링카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으며 하락을 주도했다. 이는 기아차가 새롭게 출시를 준비 중인 동급 차량 K3와 아반떼 2013년형을 기다린 대기고객이 겹친 탓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4월 출시 후 신차효과를 이어오던 2013년형 싼타페도 전월에 비해 49.1%(4070대) 하락했고, 그랜저와 소나타 등도 각각 21.3%(5434대)·18.4%(6784대) 감소하는 등 판매 주력 차량들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기아차는 신형 쏘렌토R 출시 등으로 SUV 차종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세단에서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지난달 출시한 신형 쏘렌토R은 3744대가 팔리며 전월에 비해 17.8% 신장했으며 동시에 스포티지R도 3688대로 9.4% 올랐다.
반면 모닝은 7465대로 전 차종 판매대수 1위를 달성했지만 7월 8379대와 비교하면 10.9% 떨어졌고, K9과 K7, K5도 각각 17.8%(1400대)·34.9%(1075대)·29.%(4755대) 하락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도 주력 차종의 약세로 판매 부진에 허덕였다.
한국지엠은 내수 판매가 9808대에 그치며 전월대비 18.3% 빠졌다. 매달 6000대 이상이 신규 등록되던 경차 스파크가 5054대로 떨어졌고, 지난 5월 출시한 2013년형 크루즈도 27.5% 감소한 1427대가 팔렸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대수가 무려 63.3% 하락한 4001대에 그쳤고, 쌍용차는 반짝했던 렉스턴W의 신차효과가 수그러들며 3706대(-11.0%)를 기록했다.
업체들은 실적 발표 후 국내외 경기침체 영향과 하계휴가, 노조파업이라는 ‘삼중고’를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지난달은 하계휴가 돌입에 따른 근무일수 감소와 노조의 5차례 부분파업 및 잔업 특근 거부 등의 영향이 실적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보통 경기가 어려우면 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뚝 끊긴다”며 “하반기에 K3 외에 이러다할 신차도 없어 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입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차 업체들의 하반기 예상은 더욱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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