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해 수익률 급락… ‘전국 매출 1위’도 고깃집으로
올 폐업 174곳… 1년새 40%↑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재난대책본부가 설치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풍주유소는 한때 전국 매출 1위 주유소였다.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주유를 하는 주유원이나 주유금액에 따라 김치, 생수 등 각종 사은품을 주는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곳이었다. 주유소 앞은 마치 백화점 세일기간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항상 차로 붐비는 명물 주유소였다. 하지만 이 주유소는 지난해 6월 업종을 고깃집으로 바꿨다. 주유소 마진이 박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초의 현대식 주유소였던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청기와주유소 역시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고층 상업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유소 사장은 부자’라는 건 옛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업으로 문을 닫는 주유소가 급증하고 있다. 7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말까지 폐업한 주유소는 17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4곳에 비해 40%나 늘었다. 폐업한 주유소는 2008년 101곳, 2009년 109곳, 2010년 127곳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205곳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매달 10곳에서 많게는 30여 곳의 주유소가 폐업 신청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폐업하는 주유소는 3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주유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난 것은 주유소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서민 기름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나 농협의 주유소 사업 확장도 직격탄이 됐다.
경영난에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면서 전국적으로 주유소 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국 주유소는 2007년 1만2139곳, 2008년 1만2498곳, 2009년 1만2862곳, 2010년 1만3003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폐업이 신규 등록을 초과하면서 1만2901곳으로 줄었다. 올해도 7월 말 현재 1만2892곳으로 감소세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자영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최근 평균 매출이익률은 4%도 안 된다”며 “인건비와 카드수수료 1.5% 등 각종 비용을 빼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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