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저축銀, 새 수익원은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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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 8월 예탁금 잔액 5조4500억… 사상 최대치에 근접

저축은행들이 고객 예금을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호텔 회원권 담보, 중고차 대출 등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되지는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예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도록 맡겨두는 ‘지급준비금’ 격인 예탁금 잔액이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 현재 5조45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2월의 5조4700억 원에 근접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예탁금은 시중은행으로 따지면 한국은행에 맡기는 지급준비금에 해당한다.

예탁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예탁금 수익률은 연 3.7∼3.8% 수준이지만 개별 저축은행들은 이만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운용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 예탁금은 채권 등 안정적인 투자처 위주로 운용되는데도 불구하고 회원사들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 보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예탁금을 늘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크다. 부실 저축은행 퇴출로 인한 고객들의 불신이 높아진 데다가 정기예금 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은행과 비슷한 3%대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1년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인 연이율 3.90%이며 정기적금은 4.60% 수준에 불과해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이제 높은 금리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도 없고 예전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투자대상도 찾지 못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가기 위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느라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아주저축은행은 최근 중고차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계열사인 아주캐피탈과 연계해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이 할부로 자동차를 사기 어려울 때 이들을 아주저축은행으로 연결해줘 자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연계영업 방식이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은 호텔 회원권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호텔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회원권을 보유한 고객 중 단기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전략이다.

햇살론 등 소액대출로 돌파구를 찾는 저축은행들도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현재 단일 금융회사로는 가장 많은 금액인 650억 원어치 이상의 햇살론을 취급하고 있다. 소액대출인 데다가 대출이자도 연 10%대로 낮아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정부가 대출금의 95%를 보증해주는 만큼 안정성이 높은 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 전세금담보대출 등 저축은행 업계에서 먼저 시작한 여러 상품을 캐피털, 증권, 보험 같은 다른 업종의 금융회사들도 다루다 보니 돌파구를 찾기가 어렵다”며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활로를 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저축은행#예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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