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인천 지역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대형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은 에스컬레이터나 중앙 휴식 공간 등 고객의 핵심 동선에서 각 매장의 입구가 10개 이상 보이도록 설계했다. 한 층의 바닥 면적이 2만7463m²로 국제 축구장 규격의 4배에 이르는 대형 점포여서 매장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가시거리 안의 매장 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내부를 세모꼴로 구성했다.
8월 말 문을 연 여의도 최초의 쇼핑몰 국제금융센터(IFC)몰 역시 전체 디자인이 둥근 삼각형이다. 직선 구조는 양끝의 매장을 오갈 때 한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가운데 기둥을 모두 없애 매장들이 눈에 잘 들어오게 설계했다.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인 복합쇼핑몰이 대형화하면서 고객 동선이나 인테리어에 과학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걸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고 매장은 눈에 잘 띄게 하는 기술을 결합한다.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매장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대형 쇼핑몰에 접목된 과학
대형 쇼핑몰에서 마주보는 매장 사이의 거리는 16∼18m가 최적이다. 사람이 많아 약간씩 부딪히는 것은 오히려 쇼핑 의지를 높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자주 부딪히면 쇼핑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부딪힘 효과(Butt-Brush Effect)’를 연구한 끝에 나온 수치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어 스퀘어원도 이를 적용했다.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 내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은 바닥에 딱딱한 대리석 대신 부드러운 카펫을 깔았다. 푹신한 카펫을 밟으면 편안함을 느껴 고객들의 이동속도가 느려진다는 관찰 결과를 활용한 것이다. 롯데몰 측은 “고객 체류시간이 다른 유통 시설보다 20∼30% 길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오랫동안 쇼핑하면 답답함을 느껴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까 봐 천장을 투명하게 설계한 사례도 많다. 스퀘어원은 천장에 채광이 가능한 통유리를 설치했다. 지하에 위치한 IFC몰은 지상층 입구에 높이 17m의 유리 구조물을 설치해 빛이 실내로 잘 들어오게 했다.
○ 백화점 신규 점포에도 과학
백화점들도 신규 점포를 중심으로 과학을 속속 접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5층 가구 매장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한쪽 면이 통유리로 돼 있다. 자연광이 들어와야 실제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 가구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4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은 ‘지그재그형 동선’을 접목했다. 영캐주얼 의류층에 각 브랜드를 배치할 때 매장 전면을 지그재그식으로 구성해 상품이 되도록 많이 노출되게 했다. 일자형으로 매장 동선을 만들면 10m당 4개의 마네킹을 진열할 수 있지만 지그재그형으로 하면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그 결과 의정부점 영캐주얼 의류 매장의 매출은 본점, 영등포점, 경기점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문을 연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지그재그형 구성을 문화센터 강의실에 접목했다. 각 강의실 출입구를 지그재그로 배치해 고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 측은 “문화 강좌를 듣는 구매력 높은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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