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12’가 열렸던 독일 베를린에서 LG전자 부스를 찾은 삼성전자 관계자가 LG의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에 ‘열화상 카메라’를 갖다대고 온도를 재자 LG전자 직원이 바짝 경계하며 이렇게 물었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LG전자 직원은 이내 삼성전자의 부스로 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OLED TV는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있었다. 그러자 그는 아예 전시장 밖으로 나가 삼성 TV 시제품이 있는 전자제품 매장을 뒤져 손으로 직접 TV를 만지며 발열(發熱) 상태를 확인하고서야 매장을 나왔다. ○ OLED TV 발열전쟁
두 회사가 이처럼 제품의 ‘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TV 시장은 기존 발광다이오드(LED),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시장에서 OLED TV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세계 최초로 OLED TV를 출시한다는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OLED TV 화면의 발열 문제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TV 화면의 발열은 소비자에게 위험할 뿐 아니라 TV 생산 수율(효율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이유로 두 회사는 상대방의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영업비밀’을 캐고자 한 것이다. LG전자는 “삼성 측에서 전시 기간 내내 우리 전시장을 찾아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찾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기술방식의 차이
두 회사는 OLED TV의 색상을 구현하는 데 서로 다른 기술방식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소형 OLED를 만들 때부터 ‘RGB’ 방식을 고집해왔고 이를 대형 OLED TV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반면 LG전자는 TV에는 ‘W-RGB’라는 방식을 골랐다. 전자업계의 대체적 의견은 LG의 방식이 열을 덜 낸다는 것이지만 삼성전자의 방열(放熱·열을 방출함) 노하우도 상당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양사는 자체 발광물질로 알려진 OLED의 발광 정도를 조절하는 회로기판 물질도 알루미늄(삼성전자)과 구리(LG전자) 등 다른 것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는 알루미늄보다 열전도율이 높아 에너지효율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TV는 가전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아 OLED TV 시장의 승자가 가전시장 전체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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