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중구 명동 IBK기업은행 본사를 찾아 고졸 사원들을 격려하고 “나도 야간 상고 출신이다”라고 말한 뒤 금융권에서는 너도나도 “고졸 채용을 늘리겠다”는 선언이 이어졌다. 고졸 채용 바람은 여론의 호응을 얻으면서 공기업을 포함해 민간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됐고 정치권에서도 고졸 취업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230명의 고졸을 채용했다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한 하나은행은 특성화고 출신의 신입 사원이 10명에 불과했고 SC은행은 90명 중 3명, 신한은행은 124명 중 20명 등으로 나타나 고졸 채용 실적을 크게 부풀렸다. 덩치가 작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특성화고 출신을 13명, 부산은행은 10명, 광주은행은 16명을 뽑아 오히려 지방은행의 채용 실적이 돋보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명의 특성화고 출신을 채용했다고 고백해 회사 규모에 비해 채용 실적은 적었지만 최소한 부풀리기는 하지 않았다.
금융권의 당초 약속이 빛바랜 것은 정부의 무관심에도 책임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금융위원회는 금융 관련 협회가 보고한 채용 실적 수치만 받았을 뿐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본보 기사가 나가자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며 실태 파악을 할 정도였다.
금융권이 내실 있는 고졸 채용을 하려면 다른 부문의 노하우를 빌려 오는 것도 방법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고졸 채용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고졸 채용 실적을 금융회사 경영실태 평가에 가산하는 방안을 고민하면 어떨까. 고졸 채용이 본격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고졸 채용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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