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粥)은 환자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본죽’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김철호 대표(49)는 2002년 9월 서울 대학로에 첫 번째 본죽 매장을 냈다. 그로부터 10년, 본죽은 전국에 1274개 매장을 가진 거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본죽 사업을 시작하기 전 창업컨설턴트로 활동하던 김 대표는 주위에 “죽 프랜차이즈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다들 고개는 끄덕이는데 사업을 해 보려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섰죠.”
그는 200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참살이(웰빙) 바람에 주목했다. 죽이야말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한식 메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 사업에는 결정적인 ‘벽’이 있었다. 죽이 환자식이라는 고정관념이었다.
“인식을 바꿔야 했어요. 죽집이라니까 다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하려고 했지만 그래서는 고정관념을 깰 수 없다고 봤죠.”
20, 30대 여성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매장을 카페처럼 꾸몄다. 반찬은 그릇에 깔끔하게 1인분씩 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무조건 주문이 들어온 뒤 죽을 쑤도록 했고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새 메뉴를 계속 내놨다.
승승장구하던 본죽은 지난해 일부 가맹점이 남은 음식을 재활용해 쓰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 “원칙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철학으로 ‘본’이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은 김 대표에게는 더욱 충격이었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자고 했죠. 원칙을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지 경험한 뒤 가맹점주 교육과 관리에 더 힘쓰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본죽에 이어 2006년 ‘본비빔밥’, 2008년 ‘본국수대청’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본죽만큼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도 “본국수대청은 매장 확대에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고객들이 스파게티는 2만 원 주고도 먹는데 우리 국수를 7000∼8000원 내고 먹는 데는 거부감이 있더군요. 안타깝습니다.”
김 대표는 1월 네 번째 브랜드인 ‘본도시락’ 가맹사업을 개시했다. ‘도시락은 한 끼 때우기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겠다는 목표로 프리미엄급 도시락을 표방했다. 이미 매장 수가 66곳으로 늘어난 본도시락은 확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혼자 사는 사람, 바쁜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도시락 시장은 확대될 겁니다. 더 맛있고 건강한 한식메뉴로 구성한 본도시락은 확실히 성공 가능성이 높죠.” 그는 본도시락이 본죽과 더불어 향후 10년간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본죽은 식자재 가격 인상 추세에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값을 낮췄다. 불황에 본사 마진을 낮추더라도 가맹점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맹점이 죽으면 본사도 죽는 겁니다. 함께 살 방법을 고민한 것이 10년간 본죽을 이어온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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