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3’가 17만 원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보조금은 어떻게 책정되고 문제는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휴대전화 보조금 제도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휴대전화를 살 때 그 금액의 일부를 통신사나 대리점에서 부담하는 것입니다. 통신사는 대리점이 좀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도록 판매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리점은 고객들에게 휴대전화를 할인해 팔게 됩니다.
보조금 제도는 한국의 독특한 휴대전화 유통구조에서 나왔습니다.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는 자신들이 직접 휴대전화를 유통합니다. SK텔레콤에 가입하려면 SK텔레콤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파는 휴대전화를 사는 방식입니다.
가입자는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 데이터 서비스를 쓴 비용을 매달 통신사에 냅니다. 통신사와 대리점은 가입자가 낸 요금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갖습니다. 대리점으로선 통신사에서 받은 보조금을 활용해 휴대전화를 싸게 팔더라도 손해가 아닙니다. 자신이 판매한 휴대전화를 쓰는 가입자가 내는 통신요금의 일부를 매달 받기 때문입니다. 가입자들은 비싼 휴대전화를 할부로 사는 셈입니다. 가입자가 좀 더 비싼 요금제를 쓰면 통신사와 대리점의 수익도 그만큼 커집니다.
주로 음성통화만 이용하는 2세대(2G) 서비스보다는 데이터를 많이 쓰는 3세대(3G)가 낫고, 그보다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통신사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대리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대리점들은 공격적인 활동으로 가입자 모집에 나서게 됩니다. 대리점마다 휴대전화의 판매가격이 조금씩 다른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보조금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2008년 이후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통신사들은 이른바 ‘보조금 전쟁’을 벌입니다. 다른 업체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더 많은 보조금을 유통망에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시중에서 ‘공짜’ 휴대전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같은 기기에도 보조금을 달리 책정해 지급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월 5만5000원 이상 내는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각종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조금을 더 주기도 합니다.
최근 17만 원짜리 ‘갤럭시S3’가 시장에 나온 것도 이러한 까닭입니다. LTE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건 통신사들이 정부의 단속이 뜸한 주말을 틈타 막대한 보조금을 썼습니다.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 제품이 재고로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지나친 보조금은 시장을 왜곡시킵니다. 어떤 고객은 100만 원 가까이 내고 최신 휴대전화를 샀는데, 다른 사람은 같은 기기를 반값에 샀다고 칩시다. 일부는 혜택을 누렸지만 그 비용은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공짜’ 휴대전화라고 해도 엄밀히 따져보면 완전히 공짜는 아닙니다. 단지 구매 시점에 돈을 내지 않았을 뿐 매달 내는 통신요금에 반영됩니다. 또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 ‘부가서비스 3개월 사용’ 등의 약정도 지켜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비싼 사용요금을 내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통신사들의 보조금 전쟁은 휴대전화 가격 인상도 불러왔습니다. 고객들이 출고가격이 높을수록 성능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는 점을 통신사와 제조사가 악용한 결과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의 제조사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휴대전화 209종의 공급가격을 평균 23만4000원 부풀렸습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기기를 대리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모델 44종의 출고가격을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휴대전화 가격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일반 가전매장이나 대형마트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원하는 통신사에 가입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정착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습니다. 정부도 휴대전화의 적정 가격을 유지하고 과도한 보조금 지급 관행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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