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의 고랭지 배추 재배농가들이 5, 6월 산지 수집상에게 사전계약을 통해 배추를 넘긴 가격은 한 포기(3.3kg, 특등품 기준)에 750원꼴이다. 배추 재배에 드는 각종 경비에 인건비를 포함해 포기당 약 200원의 마진을 붙였다. 이 배추가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도착하면 가격이 5100원(18일 기준)으로 약 7배가 된다.
○ 복잡한 유통과정이 가격 상승 원인
배추의 산지가격과 도매가격 간에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배추 재배농가가 산지 수집상에게 넘긴 배추는 시장 경매에 오르기 전에 다른 수집상에 2, 3차례 전매로 넘겨진다. 이 과정에서 산지 수집상들의 마진과 배추의 공급 전망에 따른 웃돈(시세 차익)이 붙는다.
7, 8월 내내 이어진 폭염에 지열이 상승하며 배추가 녹아버린 데다 태풍 3개가 연달아 덮친 올해는 사전계약에 따른 손실 보전비용까지 배추 가격에 더해진다. 올해는 전체 배추 밭의 10%가량이 수확을 못할 정도로 큰 피해를 본 데다 나머지 밭들도 평년에 비해 수확량이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수집상들은 이미 농가에 선금을 줬기 때문에 수확을 못하게 된 밭에 지불한 비용과 예상보다 줄어든 수확량에 대한 손실을 배추 값에 얹는다. 이 같은 손실 비용은 배추 한 포기에 1500원으로 도매가의 29%에 이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울 가락시장에 도착한 배추는 경매수수료 100원이 더 보태져 5100원에 도매상의 손으로 넘어간다. 소비자가 이 배추를 소매점에서 구입할 때는 또다시 유통마진과 물류비용이 추가돼 배추 한 포기에 5700∼5800원이 된다.
○ 배추 도매가와 마트 판매가 역전
배추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대형마트의 배추 판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싼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마트는 18일 배추 한 포기를 2780원에 팔았다. 이는 같은 날 도매가격의 54.5% 수준이다.
이마트는 산지에서 한 포기에 900원씩을 주고 이 배추를 사전계약 재배했다. 산지 수집상이 사들인 가격보다 포기당 150원을 더 준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입이 늘었다.
더 비싸게 배추를 사고도 싼값에 판매가 가능한 것은 수집상들이 두세 차례 전매를 하며 붙이는 마진과 시세 상승에 따른 차익이 빠졌기 때문이다. 또 배추 재배농가가 날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기술 지원을 해 손실비용을 크게 덜었다. 경기 이천시에 운영 중인 직영 농수산물 유통시설 ‘후레쉬센터’를 통해 물류, 저장, 포장에 드는 비용도 줄였다.
이마트를 통해 유통되는 배추는 전체의 5% 수준이다. 이들 배추는 내놓는 대로 모두 팔리고 있다. 장희성 이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사전 계약재배와 대량 비축을 통해 앞으로도 작황과 상관없이 연중 싼값에 채소를 구입해 판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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