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금오공업고 3학년 이진호 군(18)은 중학교 시절 중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3이 되자 이 군은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생이 되기 위해 인문계고 진학을 준비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모바일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금오공고를 선택했다.
이후 이 군의 인생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달 초 열린 제47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마이스터고 출신이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 군이 처음이다. 19일에는 삼성전자 최종 면접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인문계고에 다니는 친구가 종종 나를 부러워한다”며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진학에서 취업 중심으로
이 군처럼 2010년 처음 마이스터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불과 3년도 안 돼 달라진 자신들의 위상을 확인하고 있다. 메카트로닉스 분야 마이스터고인 수원하이텍고 3학년 최효근 군(18)은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처럼 도는 생활이 싫어 마이스터고에 왔다”며 “막연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빨리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최 군은 한국수력원자력 취업을 앞두고 있다.
마이스터고에서는 학비가 면제되고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장학금 혜택도 많고 취업이 확정되면 4년간 군 입대를 연기할 수도 있다. 오후 늦게까지 방과 후 실습을 한다. 학기마다 인턴십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방학이면 협약을 맺은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받는다. 명장 등 기술인력들이 정규수업에 참여하고 취업 확정 뒤에는 해당 기업 실무자들이 주 1, 2회씩 맞춤형 교육을 한다. 취업 후 학생들의 빠른 현장 적응을 돕기 위해서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성공의 배경이다. 수원하이텍고 교사들은 매달 협성회에 참석하고 있다. 협성회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들의 모임이다. 이 학교 김기호 교사는 “앉아서 기다리면 좋은 취업처를 발굴할 수 없다”며 “협성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학교를 알리고 기업들이 원하는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눠 반영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선·기계 분야의 마이스터고인 군산기계공업고 송현진 교사는 “교사들이 신바람을 내며 뛴 만큼 취업처를 더 발굴할 수 있다”며 “시골 학교인데도 취업률과 취업의 질이 높아져 학부모들의 인식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 정부에서 기업 중심으로
마이스터고 1기생의 경우 학교마다 정원의 5∼10%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도 하차했지만 2기생은 그 같은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만큼 마이스터고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는 마이스터고가 35개교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마이스터고가 성공했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공기업 및 대기업의 고졸 채용 확대의 영향이 컸다는 이유다. 특히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거제공업고 권성욱 교사는 “정부에서 고졸 채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기업이 호응하면서 마이스터고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가고 있지만 새 정부가 과거 정부의 일이라고 소극적으로 대응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국마이스터고교장협의회 현수 회장(수원하이텍고 교장)은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도 미래를 보고 함께 인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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