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국내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현장을 누비거나 내년 경영 구상을 하며 예년보다 바쁜 추석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내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빠르게 세워야 한다는 기업 안팎의 요구 때문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멕시코 출장길에 올라 26일(현지 시간) 멕시코 철강협회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현지 임직원들을 만나 해외 상황을 듣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어서 국내에는 추석 이후에나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은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27일부터 열리는 ‘파리 모터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경쟁업체들의 전시장을 돌아보는 한편 현지 법인장들을 만나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판매전략도 점검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모터쇼 방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의 주요 총수들도 중추제(추석), 국경절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特需)를 잡기 위해 현장 경영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추석 당일 하루만 쉬고 나머지 연휴 기간에는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추석 당일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는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아직 일정을 잡지 않은 주요 그룹의 총수들도 경영 전략을 세우기 위해 분주한 추석 연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일본을 방문한 뒤 20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연휴에 자택에서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주 화, 목요일 출근해 그룹 현안을 챙겨온 관례에 비춰볼 때 공식 연휴가 끝난 뒤인 다음 달 2일에는 사옥에 출근할 가능성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추석 당일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그룹의 경영 전략 등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연휴 기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내년 사업 구상과 공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회사 휴무일을 지키기로 하고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재계는 이미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추석 연휴 기간 직원들의 휴무는 권장하면서도 정작 총수들은 바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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