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SM3’는 동급 준중형 승용차 가운데 판매가 꼴찌다. 자동차의 성능이 수치로 표시되는 ‘제원표’에서 경쟁차에 밀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력이 높지도 않고 디자인은 보수적이며 첨단 편의장치도 적다. 한마디로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이 약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SM3는 구입한 사람들에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SM3 동호회 등에 올라와 있는 실제 사용자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동급에 비해 출력이 약간 달리는 점 외엔 품질이나 경제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스펙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성 품질과 편의성이 뛰어난 셈이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내놓은 뉴 SM3에 대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과연 회사 측의 말이 맞는지 새로 나온 SM3의 최고 등급 모델을 타봤다.
○ 산뜻하게 바뀐 디자인
‘자동차는 싫증나지 않게 무난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최근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의 모델들이 쏟아지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SM3에 손질을 가했다.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을 바꿔 ‘회춘’을 시도했다. 전조등 안쪽의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칠하는 ‘블랙 베젤’을 추가했고 빛을 비추는 방식도 프로젝션 타입으로 바꿔서 밋밋하던 얼굴을 다이내믹하게 연출했다. 스포티하게 디자인한 휠도 포인트다.
실내로 들어가 보면 계기반이 다이내믹 컬러 스타일로 변경됐고 대시보드와 기어박스 부근의 디자인에도 도시감각이 더해졌다. 오디오 버튼의 크기를 확대하고 숫자를 줄여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 동력성능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기술로 개선된 1.6L급 ‘H4Mk’ 엔진이 들어갔다. 이에 따라 출력은 기존보다 5마력 높아진 117마력이다. 경쟁모델인 현대자동차 ‘아반떼’나 기아자동차 ‘K3’보다 23마력 낮다. 그러나 공인 연료소비효율(연비)은 준중형 모델 중에서는 최고 수준인 L당 17.5km(옛 연비 기준)에 이른다. 변속기와 관련해 르노삼성차는 “세계 최초의 신개념 무단변속기인 X-CVT를 적용해 초기 발진가속 성능과 정속주행 성능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테스트를 한 결과 동력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전 모델보다 가속이 약간 쉬워지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능력도 조금 향상된 느낌을 주는 정도였다. 경쟁 모델보다 출력이 낮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이내믹한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패밀리카로는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연비는 서울 시내 주행에서는 주행 상황에 따라 L당 12∼13km 정도가 나왔다. 고속도로에선 L당 18km까지 높아졌다. 출력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지만 경제성은 확실히 비교 우위를 보였다.
○ 동급 최상의 승차감
운전대를 돌렸을 때 즉각 반응하는 핸들링은 여느 준중형급보다는 느긋하다. 스포티한 운전을 목표로 설계되지는 않았다는 증거다. 대신 부드러운 승차감은 동급 최고다. 과속방지턱을 넘어가거나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지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잘 걸러줘서 중형 승용차의 승차감을 느끼게 해준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가졌음에도 고속주행 안정성은 뛰어나다. 핸들링은 약간 둔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제법 빠르게 달릴 때의 안정감은 상당히 좋다. 운전대를 좌우로 과격하게 돌리면서 운전을 할 때 균형이 갑자기 무너지는 현상이 적은 것도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이나 서스펜션의 세팅이 세련됐다고 볼 수 있다.
○ 강화된 편의장치
신형 SM3에는 정속 주행장치(크루즈컨트롤)와 함께 동급 최초로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어해주는 스피드 리미터가 들어갔다.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도 적용됐다. 스마트 카드키를 몸에 지닌 상태로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서 멀어지면 저절로 잠금 장치가 작동되는 오토 클로징 기능도 특징이다.
오디오도 강화됐다. 보스시스템 오디오는 밸런스가 좋고 각 음파영역의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음이 깨끗하고 선명하게 들린다. 오디오 전문가들도 준중형차로는 과분할 정도로 음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조그셔틀 다이얼은 위치가 약간 불편하고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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