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3주년]이지송 LH 사장 “위기 넘겼다… 체질바꾼 LH, 도약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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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韓건설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다

《2010년 12월 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주차장. 토지보상을 요구하며 이곳에 천막을 치고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경기 파주시 운정 3택지개발사업 예정지구 주민 10여 명은 깜짝 놀랐다. 이지송 LH 사장(72)이 농성장에 불쑥 나타나 밤샘 토론을 요청했던 것. 당시는 초겨울인데도 한파가 몰아닥쳐 찬기운이 완연했다. 주민 농성장 옆에 별도의 천막을 세운 이 사장은 7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밤을 꼬박새우며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이지송 사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LH 주차장 터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서 파주 운정3지구 농성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지송 사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LH 주차장 터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서 파주 운정3지구 농성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운정 3지구 사업은 당초 LH가 2014년 말까지 교하읍 일대에 주택 3만2400채를 짓기로 한 신도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해 출범한 LH는 당시 부채만 109조 원에 달해 새로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 사장은 “LH의 재정 형편이 개선되면 운정 3지구 사업은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주민들을 달랬고, 이튿날도 농성장을 찾아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이에 주민들은 농성 사흘째인 8일 단식 농성을 풀었고, 9일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주민들은 나이를 잊은 듯한 이 사장의 열정과 진솔한 태도에 감복했고, 약속을 지켜 주리라는 믿음에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사장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LH는 10월 초부터 운정 3지구에서 3조 원 규모의 토지보상작업을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는 1962년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공무원으로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이 사장이 한국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공직과 학계를 두루 경험하고, 한국 건설업계의 자타가 공인하는 ‘맏형’인 현대건설과 현존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을 때 수장이 돼 정상화를 일궈낸 탁월한 경영인이기도 하다.

최근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이 결정된 이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LH에서 이룬 경영정상화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지만 급한 위기는 넘겼다”며 자평했다. 외부 도움 없이 자체 사업 수입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남은 임기에 보금자리주택 사업 확대와 LH 노조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3년간 거의 쉼 없이 LH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다.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사업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이 많이 떨어져 빚 걱정은 줄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숨을 돌릴 정도는 됐다.”

―주공과 토공을 통합해 LH를 출범시키며 국민이 기대한 게 있다. 공룡 공기업의 체질 개선이다. 이를 이뤄낸 것인가.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우선 재무제표의 개선보다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보됐다. 지난해 LH의 토지 및 주택 판매액이 22조 원, 사업비로 쓴 돈이 역시 22조 원가량 된다. 벌어들인 만큼 쓰니 부채 및 이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 주택공사 시절에는 중대형 아파트를 지어 분양해 이익을 남겼다. 일종의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대형 아파트를 일절 짓지 않는 대신 강도 높은 경영 혁신으로 필요한 사업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체질개선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본다.”

―통합 공사는 현 정부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주도했다.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많다며 시장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보금자리주택은 주거 복지라는 대의를 위해 어느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이번 정권에서 ‘보금자리’라는 이름만 붙여졌을 뿐 서민들에게 싼값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책은 과거 모든 정권이 시행했던 사업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일 수록 도심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을 지었다. 또 이미 폐허가 돼 복구가 어려운 그린벨트에 싼 집을 지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양해주는 게 무슨 시장 교란인가.”

―보완대책은 있는가.

“이미 일부 시행 중이다. 이제 중대형 보금자리주택은 완전히 민간 건설회사에 맡기고 LH는 중소형 주택만 싸게 공급해 민간과의 경쟁을 최소화할 것이다. 그러면 시장교란 논란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또 주민들이 원하지 않고 개발효용성이 낮은 곳에서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계획이므로 토지보상비 등을 둘러싼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나치게 싼 분양가로 인해 ‘로또 부동산’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강남 보금자리주택을 두고 ‘로또 아파트’ 운운하는데 로또보다 더 좋은 게 당연하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20년 동안 청약저축 가지고도 무주택자로 사는, 한국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지금의 분양가도 비싸다. 더 싸게 공급했어야 한다.”

―더 싸게 공급할 방법은 있는가.

“가능하다고 본다. 조경이나 기타 치장에 들어가는 돈을 줄였다면 지금보다 10∼20% 더 싸게 줄 수 있었다. 다만 서민아파트라 해도 최고의 품질로 보답하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사업비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9월 14일 강남보금자리주택의 첫 입주가 시작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LH 사장에 취임한 뒤 강남 현장을 수백 번 찾았다. 도배나 장판만 해도 10번 넘게 뜯어고쳤다. 그 결과물이 최근 입주를 시작한 곳이다. 입주 전 개관식 때 현장을 둘러 볼 때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평균 20년 동안 내 집이라는 걸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서 추석명절을 쇨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

―남은 임기 동안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재무구조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게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간의 실질적 통합이다. 올해 4월 공기업 최초로 복수노조 간 상생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진정한 화합이 100%라면 현재의 상태는 70% 정도에 불과하다. 단일 노조를 구성해야 진정한 통합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고 임기 내에 이를 꼭 마무리하고 싶다.”

―차기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주택공급을 계속 늘려야 한다. 언론과 일반인이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데 우리나라의 주택 멸실(滅失)이 심각하다. 노후돼 가만히 있기만 해도 부서지는 집이 1년에 전국에 10만 채가 넘는다. 주택보급률 100%는 현실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는 숫자다. 우리 국민 모두가 주택 하나씩 다 갖고 있어도 연간 10만 채는 새로 지어야 주택보급률이 100%가 된다. 결국 정부가 해야지 누가 하겠나. 요새 보편적 복지니 뭐니 말들이 많은데 복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게 바로 복지다.

같은 맥락에서 LH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지난 3년간 110조 원에 달하는 사업을 정리했다. 하지만 100조 원이 넘는 금융 부채 때문에 여전히 매년 4조 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물고 있다. LH의 부채는 국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착한’ 부채 아닌가. 임대주택 건설에 쓰는 비용이라도 정부가 보전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성공한 기업인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제일 좋아하는 말이 ‘최선을 다하자(Do the Best)’이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면 된다고 믿고 있다. 또 건설인으로서 반평생을 살면서 항상 그 말을 따르려 노력해왔다.”

■ 이지송 LH 사장 약력

-1940년 7월 충남 보령 출생
-1958년 서울 경동고 졸업
-1963년 한양대 토목공학과 졸업
-1965∼1969년 건설부 근무
-1970∼1976년 한국수자원공사 근무
-1976∼1999년 현대건설 근무
-1999∼2000년 경인운하 대표이사 사장
-2000∼2003년 경복대 토목설계과 교수
-2003∼2006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2007∼2009년 경복대 총장
-2009년 10월∼현재 LH 초대 사장,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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