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단에 LH 신입사원과 가족, LH 임직원 등 1000여 명이 모였다. 2009년 통합 이후 처음으로 채용한 대졸 신입사원의 입소식 날이었다. 서울지역본부 정주현 사원은 “경기 위축으로 채용이 드문 시기에 LH에 입사하게 돼 무척 기뻤다”며 “나보다 가족이 더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LH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사회에 환원하는 길이라고 판단해 대졸 신입사원과 실버사원 등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올 2월에는 행정, 법률 등 사무직 6개 분야와 건축, 토목 등 기술직 6개 분야에서 297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채용은 철저히 블라인드테스트로 진행했다. 지원자 자기소개서에 학력과 출신지 기입란을 없애 채용의 투명성을 높였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지역인재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평등한 채용을 지향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블라인드테스트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다보니 입사식에서 임명장을 나눠주던 LH 이지송 사장이 신입사원의 얼굴을 보곤 나이를 묻는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했다. 당시 이 사장은 얼굴과 명찰, 임명장을 번갈아 보며 신입사원에게 나지막하게 나이를 물었다. 당시 이지송 사장의 질문을 받았던 황지훈 씨는 “동기들로부터 신입사원 중 최초로 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는 질투 아닌 질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LH의 실버사원 채용도 눈길을 끈다. LH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및 신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춰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 2000여 명을 선발했다.
전국 12개 지역 본부와 LH 임대아파트 657개 단지 관리소에서 실버사원 신청 접수를 받은 결과 1만8977명이 응시해 9.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LH 관계자는 “60세 이상이라 해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있다”며 “임대주택 관리 및 아파트 시설 보수 등에 실버사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사원은 2010년 LH가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당시 LH는 재취업의 기회를 잡기 어려운 노인 인력을 활용하면 그동안 인력 부족에 허덕였던 임대아파트 관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해 3월 공기업 최초로 60세 이상 인력을 모집했고 4일 만에 2만2107명이 몰렸다. 교사, 공인중개사, 미화원 등 경력도 다양했다.
실버사원의 일자리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LH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실버사원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실버사원 종합만족도는 77점으로 나타났다. 건강 만족도는 80, 경제 만족도는 70점으로 집계됐다.
LH 관계자는 “실버사원 채용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뿐 아니라 삶의 활력과 자신감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을형 사회적기업을 통한 일자리 마련도 LH의 주요 활동이다. 마을형 사회적기업 사업은 LH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입주민과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약자 등 취약계층 대상 급식 제공, 마을건강증진센터 위탁 운영, 지역도서관 운영, 지역공부방 운영 등이 주요 활동이다.
LH가 지원하는 율하지구 ‘동구행복 네트워크’는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따내 인건비 지원 및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LH 마을형 사회적기업 설립지원단 최준 단장은 “임대아파트의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마을형 사회적기업이 전국 아파트단지에 더 많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층 취업난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청년인턴도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LH는 지난해 400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엔 약 500명의 인턴을 선발했다. 만 29세 이하의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미취업자와 고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채용 인원의 50%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대학 및 고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뽑았다.
청년인턴은 전공과 적성을 반영해 주로 현장에 배치된다. 건설, 용지보상 및 주거복지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되며 취업을 대비한 실무역량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근무성적이 우수한 인턴사원에 대해서는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시 서류전형 면제 및 가점 부여와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3개월 이상 근무한 인턴에게는 인턴수료증을 발급해 취업에 활용하도록 했다.
한편 LH 이지송 사장은 실버사원과 청년인턴, 대졸 신입사원, 고졸 신입사원 등을 선발해 청년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고 능력 중심의 열린 고용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로부터 ‘열린고용 리더상’을 수상했다. LH 관계자는 “내년에도 더 많은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L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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