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고객실장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롯데백화점 본점 MVG 라운지에서 윤미영 실장(오른쪽)이 고객에게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본점 MVG 라운지에서 윤미영 실장(오른쪽)이 고객에게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백화점들이 초우량고객(VVIP) 잡기에 나섰다. ‘큰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강조하고 VIP 관련 제도를 바꾸고 있다. 파격 세일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으는 걸로는 영업이익을 늘리거나 장기적으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4층에 있는 MVG 라운지는 최근 커피 원두와 기계를 모두 교체했다. MVG는 ‘가장 가치 있는 고객(Most Valuable Guest)’이라는 뜻으로 롯데백화점의 VIP를 일컫는 말이다. MVG 라운지는 본점 MVG 회원 5400명 중 500명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11년째 VVIP를 전담해온 윤미영 실장은 최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유럽 인증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유는 VVIP의 고급스러워진 커피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그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결심한 계기는 몇 달 전 한 VVIP가 “도피오(Dopio·에스프레소 두 잔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달라”고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부터다. 윤 실장은 자격증을 따고 라운지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모두 고급 제품으로 바꿨다. 또한 커피 원두까지 직접 공수해오고 있다. 윤 실장은 “다가가기 힘든 VVIP와의 소통 매개체로 커피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커피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쇼핑 정보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MVG 라운지 직원들을 상대로 커피 교육을 강화하고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권장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은 자사의 VIP 회원인 ‘쟈스민’이 아닌 일반 고객이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로 물건을 사면 실적에 따라 발레파킹과 VIP 라운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Y카드’ 서비스를 신설했다. 큰손 고객들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백화점도 VIP 고객 확보를 위해 1∼12월 실적에 따라 VIP를 선정하고 다음 해에 VIP 혜택을 주던 기존 방식을 바꿨다. 상반기에 VIP에 준하는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미리 VIP 고객을 선정하고 하반기에 혜택을 바로 적용하는 식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백화점 VVIP#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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