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은행 창구를 방문한 고객들은 은행원들의 입에서 나온 이런 용어를 잘 알아듣지 못해 영문을 몰랐던 때가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 용어들은 알기 쉽게 바뀔 예정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고객이 상품과 은행 업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판매 업무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해 은행별로 자율 시행한다고 27일 밝혔습니다. 개선방안 가운데 가장 굵직한 항목이 ‘전문용어 순화’입니다. 고객 편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84개를 쉽게 풀어 사용하기로 한 것이죠. 올해 4월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 논의한 내용의 후속 조치 성격입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3000만 원이라고 하면 될 것을 ‘30백만 원’으로 썼습니다. 은행 이름을 붙이면 금세 알아들을 텐데도 ‘당행’ ‘본행’ ‘타행’ 같은 한자식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제 원리금은 ‘원금과 이자’로, 익월과 익일은 ‘다음 달과 다음 날’로, 불입은 상황에 따라 ‘저축’ ‘입금’ ‘납입’ ‘적립’ 등으로 바꿔 쓰기로 했습니다. 수표 자금화는 ‘수표 현금화’로, 시재는 ‘돈’ ‘자금’ ‘현금’ 등으로 표현합니다. 또 ‘당발송금’은 해외로 보내는 외화송금으로, ‘타발송금’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화송금으로 바꿉니다.
은행마다 제각각 써온 상품과 수수료 용어도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기상환 수수료’ ‘기한전상환 수수료’ ‘중도상환 수수료’ 등은 같은 뜻이므로 중도상환 수수료라고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은행 상품명칭 공통기준’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적립식 예금으로 학생 고객들에게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주는 정기납입 상품은 ‘학생우대 정기적금’이라고 하나의 상품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또 각 은행들은 고객 안내용으로 어음대출, 당좌대출, 지급보증 등 항목별로 대출용어 설명서를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은행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용어만 풀어 쓰고 일치시키더라도 고객들의 이해도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쉬운 말을 써도 될 것을 ‘전문용어’라는 미명(美名) 아래 관행적으로 써서 고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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