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10년… 몸집 39배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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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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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화시대 성큼

직장 생활 5년째인 이효경(가명·29) 씨는 지난해 8월 가지고 있던 개별 기업 주식을 모두 팔아 800만 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을 코스피200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KODEX200’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불안한 주식시장에서 ETF만큼 안정된 장기 투자처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코스피가 1,800 아래로 떨어지자 다시 반등할 것을 예상하고 ‘KODEX레버리지’에도 200만 원을 추가 투자했다. 레버리지ETF는 수익률이 지수 상승폭의 2배이다.

그는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보다 수익이 좋았다”며 “ETF는 수백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는 데다 수수료도 낮기 때문에 주식 초보자나 바쁜 직장인에게 좋다”고 말했다.

○ ETF 계좌 38만 개… 개인이 89%

ETF가 개별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의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TF 계좌는 2002년 1만 개에서 국내에 선보인 지 10년 만인 올해 38만 개로 늘었다. 이 중 개인 계좌가 89%를 차지해 ‘ETF 투자 대중화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ETF 순자산은 2002년 3400억 원에서 올해 13조4000억 원으로 39배가량, 상장종목은 2002년 4개에서 올해 129개로 대폭 늘었다. 투자 대상은 채권 및 주식에서 금, 원유 등 실물과 파생상품으로 다양해졌다. 투자지역도 국내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남미, 미국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ETF 성장은 글로벌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1993년 ETF가 처음 상장된 후 올해 8월 기준으로 순자산은 1조7000억 달러, 일일 거래대금은 432억 달러, 종목 수는 4700개로 성장했다.

○ ETF 투자 방식도 진화

ETF의 장점은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덱스펀드의 장점인 분산 투자 기능도 갖고 있어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10월 2일까지 코스피200에 연동된 ETF의 수익률은 10.05%였다. 이는 전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7.64%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개인의 ETF 투자는 한두 가지 ETF에 투자해 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증시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ETF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은 “주가지수가 일정한 범위에서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를 예로 들면, 주가지수가 높은 쪽에 있을 때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인버스ETF’(지수가 내릴 때 수익이 나는 상품)를 사고, 그 반대일 때는 레버리지ETF를 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TF 후발주자인 아시아의 ETF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시장에 대한 ETF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한국거래소는 “ETF 성장이 양에서 질로 바뀌어야 할 시기”라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상품 개발이 이뤄지도록 상장 규정을 정비하고, 관리 및 공시 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TF#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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