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을 생일선물, 이웃에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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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 쇼핑고객들 선물기부 붐

지난달 27일 현대백화점 고객봉사단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보육시설을 방문해 포장간소화 과일세트 판매로 마련한 기금으로 구입한 햇과일 세트를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달 27일 현대백화점 고객봉사단 회원들이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보육시설을 방문해 포장간소화 과일세트 판매로 마련한 기금으로 구입한 햇과일 세트를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제게 보낼 생일 선물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뜻있게 써주세요.”

지난해부터 우수고객들을 대상으로 ‘생일 선물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현대백화점은 선물을 받는 대신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고객 수가 올 들어 지난해 대비 19% 늘어났다고 7일 밝혔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백화점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객 참여형 기부 이벤트에는 오히려 온정의 손길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350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입하는 VIP 고객들의 생일에 지역 특산품, 공연 티켓 등 3만∼10만 원대 선물을 보내 준다. 고객이 선물을 받지 않고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 가격에 상응하는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전환해 적립한다.

포장을 간소화하고 대신 ‘판매 수익금을 이웃돕기에 사용한다’는 메시지를 넣은 명절 선물용 과일세트 역시 올 추석 기간에 준비한 5000세트가 동이 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포장 간소화 과일세트를 처음 도입했던 설에는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선물로서의 품격이 떨어진다고 외면해 판매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이번엔 포장 간소화로 절약된 금액을 보육시설 어린이들에게 지원한다고 적극적으로 밝혔더니 고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포장을 간소화해 아낀 비용으로 마련한 과일세트들은 역시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봉사동호회 회원들을 통해 보육시설 등에 전달했다. 이 백화점의 봉사동호회도 지난해 26개에서 올해 35개로 늘어났다.

이 백화점이 진행하는 단체헌혈 부문 한국 신기록 도전 캠페인은 11월까지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10월 초에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혈 참가인원 중 70%를 차지하는 고객 비율이 늘어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도 사회공헌형 쇼핑 서비스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G마켓은 2005년부터 시작한 ‘후원쇼핑’의 참여자 수가 9월까지 지난해 대비 10%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후원쇼핑은 판매자가 후원상품으로 등록한 아이템의 구매 금액 일부를 후원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다. G마켓 후원쇼핑에 현재 참여하는 판매자는 총 8000여 명, 후원상품 수는 584만 개에 달한다. 이와 유사한 옥션의 ‘나눔쇼핑’ 역시 적립금액이 최근 몇 년 새 매년 30%가량 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된 올해 고객과 판매자가 자발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후원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뜨거워진 것이 이례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현대백화점#고객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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