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 절감에 기여하기는커녕 제일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겁니까.” 5일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회의실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장. 몇 년째 계속됐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운영되는 민자(民資) 사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민자고속도로와 관련해 권도엽 국토부 장관에게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을 정도였습니다. 올해에는 이윤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앞으로 남은 민자도로에 투입할 국민 혈세가 6조6000억 원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아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2006년 폐기된 이 제도가 6년이 지났는데도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 ○ MRG로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부담
MRG는 고속도로와 항만 등 공공시설을 민간이 건설한 후 매년 얻는 수익이 예상치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외환위기가 발발한 직후 부족한 정부 재정을 대신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려는 목적에서 1999년에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민자 사업에 지원해야 할 정부 재정 부담이 눈 덩이처럼 늘어나자 2006년 폐기 결정이 내려집니다.
문제는 제도가 없어졌지만 MRG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민자 고속도로나 항만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정부가 9개 민자 고속도로에 10∼30년짜리 수익보장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제도가 폐지된 2006년 1264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MRG 대상 사업에 대한 정부 보전금은 2010년 2549억 원, 지난해에는 2778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지난해까지 누적보전금은 1조5251억 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남은 보전금 규모도 6조6000억 원 규모로 추정될 정도로 만만찮습니다. 규모가 가장 큰 도로는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지난해 690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남은 계약기간(20년)에도 동일하게 보전금을 받아간다면 총보전금 규모는 대략 1조3800억 원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민자 고속도로의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어, 과거 기준으로 전체 보전금 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이 쉽게 보기 힘든 항만부두시설에도 이런 보전금이 들어갑니다. 국토부가 최근 민주당 박기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 민자 부두에 지급된 보전금은 650억 원입니다. 문제는 이 보전금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0년 98억4000억 원에서 지난해 165억7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마산항과 평택·당진항 등 3곳이 추가로 보상대상에 포함됩니다. 박 의원은 “민자 부두는 과거 지방 공항 무더기 신설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며 “민간 자금으로 건설해 결국 국민 혈세로 갚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문제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 없다
문제가 잇따르자 MRG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해당 민자 고속도로나 부두의 수요 전망을 잘못한 관련 기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민자 고속도로 통행량을 예측했던 회사인 유신코퍼레이션과 ADL, ENC 등을 처벌하라”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는 근거조항이 2007년에야 마련됐고, 해당 기업이나 기관들이 고의로 수요예측을 틀리게 했다는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간회사에 보전해 주는 최소수입 범위를 확대해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도로나 부두 관리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계약을 바꿀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현 상황은 2000년대 초반 정부 부담이 없어 민자사업을 지나치게 많이 유치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자 고속도로와 부두 사업은 ‘공짜점심은 없다’는 미국 소설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경구를 공직자들에게 일깨우는 살아있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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