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국토부장관 “부동산 저점 곧 통과” 진단… 시장 평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민간 전문가들 “바닥 탈출 아직 멀었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탈출할 때가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동산 바닥론’을 거론한 뒤 부동산 경기 저점에 대한 기대가 머리를 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이 ‘바닥 탈출’을 짚은 만큼 그동안 계속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끝날 것인지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16일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분석한 결과 “부동산 시장 바닥 탈출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책 당국과 부동산 시장 현장 간의 온도차가 크다는 뜻이다. 국토부가 이야기하는 바닥 탈출의 근거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비교해 본다.

○ 국토부 “경기 흐름 바뀐다”

권 장관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닥 탈출’을 끄집어냈다. 권 장관이 제시한 가장 큰 근거는 경기 흐름이었다. 그는 “1990년 이후 국내 주택 수축기가 가장 길었던 기간이 37개월”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34개월째 계속된 만큼 탈출 시기가 다가왔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 수축기’는 전달에 비해 주택 매매가격이 떨어지거나 비슷한 시기를 말한다. 권 장관이 말한 37개월 수축은 1991년 5월부터 1994년 5월까지 서울 주택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인 기간이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수축은 2009년 12월부터 현재까지 34개월째이다.

각종 부동산 지표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9·10 부동산 대책 이후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바닥 탈출론의 근거 중 하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9·10 대책 전후의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폭을 조사한 결과 ―0.27%에서 ―0.13%로 크게 줄었다.

투자심리 회복과 공급물량 축소도 다른 근거로 제시된다. 16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9월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0으로 6월 99.0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소비심리지수가 100 이상이면 전달에 비해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매년 평균 15만 채였던 수도권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올해는 11만 채로 줄어 가격 하락을 멈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경묵 KB금융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수도권에서는 2013, 2014년에도 공급 예정 물량이 각각 9만 채에 불과해 앞으로 상당 기간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민간은 “아직 멀었다”

민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가 아직은 ‘수치’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이 서울과 지방, 주택과 토지 등으로 세분화된 현실에서 모든 국민이 ‘바닥 탈출’을 느끼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권 장관은 외부변수 등을 뺀 채 과거 사례만 들어 예측했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자 정부에서 바닥에 근접했다는 ‘희망 신호’를 시장 쪽으로 보낸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권 장관의 부동산 주기는 서울을 지목해 말했지만 내년 이후 세종시와 주요 혁신도시 입주가 시작돼 서울 부동산 경기는 오히려 더 수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향후 주택 가격 추가 급락 요인은 많지 않지만 가격 및 거래 반등이 갑자기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부동산 시장#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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