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도널드 스티븐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파트너십 USA 2012’ 행사에서 TEAM 인더스트리 구매담당자와 한국 중소기업 직원들이 상담하고 있다. 시카고=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한국 기업과 거래한 적이 없는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들이 3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 기업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럽 일본 중국의 미국 법인들도 기존에 거래하던 자국의 납품업체에서 한국으로 거래처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도널드 스티븐스 컨벤션 센터’에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열린 한국과 미국 기업 간의 구매 및 수출상담회인 ‘글로벌 파트너십 USA 2012’ 행사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KOTRA가 주관해 3년째 열리는 이 행사에는 지난해(24개)의 배가 넘는 54개 글로벌 기업이 참가했다. 대부분 각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캐터필러(중장비) 존 디어(농기구) 할리 데이비슨(오토바이)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었다.
이들 기업에 부품을 수출하기 위해 한국의 중소기업 63개사도 행사장을 찾아 참가업체 수는 지난해(35개)의 배에 가까웠다. 이처럼 참가 열기가 높은 것은 양국 기업들이 3월 발효된 한미 FTA의 과실을 거두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700건, 약 5억 달러(약 5500억 원) 규모의 거래상담이 이뤄졌다.
우선 참가업체의 40%가량이 한국 업체와 거래한 실적이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한미 FTA가 이들과 한국 업체의 상견례에 발판을 제공한 셈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헬무트 카인즈 전략구매 대표는 “우리처럼 한국 기업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기업에 한미 FTA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와 함께 통관절차가 대폭 단축되면서 줄어드는 금융비용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도 높았다.
세계 2위 농기계 제조회사인 일본 구보타의 미국법인은 이날 KOTRA와 ‘한국 부품 구매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조지프 우 미국법인 국제구매담당 이사는 “종전에 3개였던 한국의 납품업체를 한미 FTA 이후 6개로 늘렸다. 한국 업체의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품질 테스트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북미에서 가장 큰 버스 제조업체인 뉴플라이어는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한 지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중국과 인도의 8개 회사로부터 부품을 수입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업체에 눈을 돌렸다. 아만 카푸르 전략소싱 매니저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필요해 한국 부품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미팅을 한 업체들이 모두 현대기아차에 오랫동안 납품해온 업체라 품질은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품질 때문에 단가가 높아도 자국 업체들에서 부품을 수입해왔던 BMW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의 미국 법인들도 품질이 보증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부품 업체를 찾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브라이언트 트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는 이날 “한국에 투자해 현지 업체에서 부품을 조달한 뒤 완제품을 만들어 한국과 FTA를 맺은 제3국에 낮은 관세로 수출하려는 미국 기업의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