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영어인재’를 찾느라 때 아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조직이 없다지만, 재정부의 고민은 자못 심각하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부처가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하면 통역, 번역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영어 인재를 지금처럼 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영어 통·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 총 21명이 재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재정부는 외교통상부 다음으로 영어를 쓸 일이 많은 정부 부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들을 상대하는 데다 주요 20개국(G20) 회의, 녹색기후기금(GCF) 등 관련 업무가 크게 늘었고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배우려는 해외 공무원들의 방문도 잦아져 영어는 필수가 됐다.
그런데 세종시 이전을 2개월도 안 남기고 기존 에디터 중 절반가량이 사표를 내거나 직·간접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에디터들은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인 데다 임금이 실수령액 기준 월 200만 원이 안 될 정도로 처우가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정부에서 일한 경력을 발판으로 민간에 스카우트될 기회가 많다는 점이 상당한 메리트였다.
하지만 ‘세종시 시대’를 앞두고 이들의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현재 월급으로는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변변한 오피스텔을 얻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더욱이 영어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민간의 수요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어 서울을 떠나는 건 이들에게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대전 청주 등 세종시 주변에서 영어가 능란한 인재를 수혈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 재정부의 한 과는 최근 에디터 모집공고를 냈다가 쓸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해 채용을 포기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국제회의를 소화할 만한 전문 인력을 구하는 건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라며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도 집을 제공받는 세상에 누가 이런 악조건을 감수하고 세종시로 가겠나”라고 말했다. 세종시 이전의 여파가 재정부 국제업무에까지 미치는 게 지금으로선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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