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경우 능력에 따라 초봉을 3000만∼3900만 원으로 책정하고, 대리 이상 직급이 되면 웬만한 대기업보다 많습니다.”(사장)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스마트카드 전문회사 코나아이를 찾은 선승균 씨(24·한국외국어대 전자공학과 4학년)와 윤예준 씨(여·23·명지대 시각디자인과 졸업)는 김진희 코나아이 사장에게 ‘기업 비밀’에 속하는 월급에 대해 물었고 사장은 솔직하게 답했다.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에 구직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54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코나아이는 지난해 매출 1198억 원을 기록한 ‘파워 중견기업’이다. 지갑 속에 누구나 한 장 이상 넣고 다니는 교통카드, 신용카드에 들어가는 ‘집적회로(IC)칩’을 만드는 회사다. 김 사장은 “취업설명회 때 명문대 재학생들이 우리 회사 이름을 아무도 몰라 ‘교통카드를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라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이유는 ‘이 회사에 내 미래를 맡겨도 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 게다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정보는 대기업보다 얻기 어렵고, 이런 정보를 기업의 대표에게 직접 묻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이날 취업 준비생 선 씨와 윤 씨는 80분 동안 김 사장과 대화하고 회사를 탐방했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선 씨의 말에 “가슴이 뛰는 일보다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하는데 가능할까”라고 김 사장은 물었다.
선 씨는 IC칩 운용체제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질문했다. 김 사장은 “개발자들은 반드시 주 5일 근무를 보장하는데 수요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 6시에 ‘강제’로 퇴근시키는 집중근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수개발자에게 매달 ‘코나 연구원상’을 시상하며 야근이 잦은 개발자들은 다른 직원보다 월급이 20만∼50만 원 더 많다”고 소개했다. 윤 씨는 “지난해 매출이 1200억 원 수준이다. 2015년에 5000억 원으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라는데 가능한 것인가”라고 묻자 김 사장은 즉석에서 언론에도 공개되지 않은 인수합병(M&A) 계획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윤 씨와 같은 미술전공자도 코나아이에서 일할 수 있을까. 김 사장은 “비전공자로 입사했지만 밤을 새워 가며 따로 정보기술(IT) 지식을 습득해 전공자들을 앞질러 회사의 핵심 인력이 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익 점수 등 취업 준비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이른바 ‘스펙’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김 사장은 “해외에 나갈 경우 현지인들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그들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태도가 더 중요하다.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나아이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6개의 현지 지사와 조인트벤처등 현지 지점을 두고 있으며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같은 여성으로서 윤 씨에게 남다른 조언을 하기도 했다. “여성으로 직장에서 남자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더 탁월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과 만남을 끝내며 김 사장은 기자에게 “둘 중에 마음이 드는 학생이 있다”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던졌다. 김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걸까. 윤 씨는 “정식으로 이 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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