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목소리도 작은 정부서 일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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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대선후보에 요구사항 5년前과 비교해보니

재계가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요구사항 목록이 달라졌다. 과거 가장 우선시됐던 ‘작은 정부’는 사라지고 ‘일자리 창출’이 앞줄에 올랐다.

대기업 의견을 주로 대변해 온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4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차기 정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한경연은 대선 때마다 각 대선후보와 정치권에 재계의 요구사항을 전하는 성격인 정책과제를 제안해 왔다.

한경연은 올해 △잠재성장률 제고 △재정건전성 확보 △일자리 창출 △조세 개혁을 4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일자리는 4대 과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한경연은 ‘잠재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일자리 6만∼7만 개가 추가로 창출된다’는 식으로 다른 핵심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일자리를 내세웠다.

반면 공공부문 개혁을 다룬 세부 항목에서는 공공요금 현실화와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데 그쳤다. 재정·조세개혁 부문 요구사항도 과거의 기조와 달리 감세보다는 ‘복지와 국민부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선으로 정리했다.

이는 2007년 10월 17대 대선을 앞두고 한경연이 낸 차기 정부 정책과제에서 ‘작은 정부’를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경쟁력 제고’가 4대 핵심과제 중 하나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한경연은 “한국은 공공부문이 비대해지고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등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며 공무원 인원 감축과 ‘소수 대부처제’ 도입, 지자체 파산제 도입을 요구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도 한경연은 “창의적인 민간부문의 역할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며 행정부문 목표를 ‘작지만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로 정했다. 16·17대 대선 때 차기 정부 정책과제에서 일자리 창출은 전면에 오르지 않았다.

이태규 한경연 기획조정실장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지향점 자체가 달라진 건 아니다”라면서도 “성장보다는 분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됐고 성장의 낙수(落水)효과가 과거보다 줄어들어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도 확산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박대식 한경연 부원장은 “2007년 대선 때는 주된 화두가 신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저성장 구조가 된 올해는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화두”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연은 이번 발표에서 실현 가능성도 높고 정책 영향력도 큰 세부정책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개선을 꼽았다. 육아휴직을 지원하고 재택근무나 집중시간근로 등 다양한 형태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만들어 여성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는 것이 쉽고 빠르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한경연은 이와 함께 다음 정부가 집권기간에 잠재성장률을 전망치인 3.0%에서 4.0%로 1%포인트 높여야 부족한 일자리를 해소할 수 있고 국가부채나 세금을 올리지 않고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일자리 창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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