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카톡 피해서 해외로 간 ‘라인’… 동남아선 페북과 동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5일 03시 00분


■ NHN 스마트폰 메신저서비스 글로벌 성공 비결

DBR 그래픽
DBR 그래픽
NHN의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은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태국 등지에서는 라인 광고판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는 NHN이 비용을 대서 광고한 게 아니다. 라인이 유명세를 타자 현지 이동통신사들이 홍보를 위해 대형 입간판이나 TV 등에 라인을 소재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과 대만,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마트폰의 대표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식될 정도다.

한국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라인은 카카오톡이 장악한 한국 시장에서의 맞대결을 피해 전략적으로 해외시장에 집중했다. 출시 1년 4개월 만인 25일 사용자 7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입자 수 측면에서 카카오톡을 앞섰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카카오톡보다 1년 3개월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였음에도 급성장한 라인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DBR 115호(10월 15일자)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친밀한 집단과의 사적인 의사소통 도구로 출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이 많은 사람과 연결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개방형 SNS가 있고,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이 잘 아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폐쇄 형태가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에 따르면 보통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친밀집단’의 규모는 평균 12명 정도이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소셜집단’의 규모는 150명 정도다.

라인은 처음부터 가장 가까운 친밀집단과의 소통을 돕는 도구로 기획됐다. 친하지 않은 동창이나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과는 일반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통해 얼마든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애인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하는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 편안하게 사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아직 많지 않았다. 라인은 사적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비밀 방, 이모티콘, 스티커(감정을 표현하는 간단한 애니메이션) 등을 제공했다. 또 해외에서 집행된 TV 광고 역시 남자친구와 라인으로 별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며 울고 웃는 젊은 여배우를 보여주는 등 친밀집단 소통을 위한 도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 본사 제품을 누른 해외지사 제품

NHN은 라인 출시에 앞서 2011년 2월에 ‘네이버톡’이라는 제품을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마케팅했지만 카카오톡에 밀려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라인은 이런 네이버톡과는 별개로 일본 지사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제품이다. 일본 시장에서 라인이 인기를 얻자 NHN의 경영진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본사에서 출시한 네이버톡을 버리고 일본지사에서 내놓은 라인을 글로벌 전략상품으로 지정해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NHN은 한국 최대 인터넷 기업이지만 라인 출시 전까지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라인은 해외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기획된 제품으로서 출시 초기부터 일본과 아시아 지역 사용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NHN 역시 이에 발맞춰 일본과 대만의 최고 인기 여배우들을 TV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해외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 투자했다.

각 나라의 문화에 맞춰 디자인과 캐릭터 이름 등을 세밀하게 현지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느슨한 관계를 지원하는 SNS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글로벌 표준화 전략을 실행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그러나 라인은 친밀집단을 위한 서비스여서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현지화가 더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 사업파트너와의 광범위한 협력 관계 구축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더라도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라인이 성장하려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 통신사들은 데이터통신 매출 증대를 위해 라인과의 협력을 오히려 반겼다. NHN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인에 특화된 스마트폰 요금제를 공동 기획하고 스티커와 같은 유료 아이템의 수익을 나누는 등 좀더 적극적인 ‘윈윈’ 마케팅을 펼쳤다.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일본 코카콜라, 로손, 대만 훼미리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하고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라인은 미주, 중국, 유럽 지역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단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모바일 포털’로의 진화도 꿈꾸고 있다. 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대금을 통신비에 포함하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전자상거래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5호(2012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탁월한 성장기업의 공통 DNA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한 성장은 모든 기업의 목표이자 모든 투자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기업들은 뚜렷한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민첩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끊임없이 투자하고 일상적인 업무 처리 방식에 혁신이 녹아 있다. 다양하면서도 서로 연관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경영진과 전략, 가치가 매우 안정적이다. 공통의 문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충성스러운 인재와 고객을 놓치지 않는다.


공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 Economy of Pitfalls


화장품 회사가 나눠준 샘플을 써보고 용량이 많은 정품을 구매했다. 케이블TV 회사가 공짜로 제공한 영화를 한 달간 보고 더 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신청했다. 정수기를 공짜로 얻고 대신 생수가 정기적으로 배달되도록 주문했다. 공짜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소비자는 공짜에 열광한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 심리를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짜 전략이 남발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자원이 남용되고 독과점이 심해지며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올라간다. 공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인#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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