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5일 ‘한국경제의 사막화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우리 경제가 사막화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전경련은 이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생태계 기능이 점차 훼손되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력이 감소하는 ‘경제 사막화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사막화’라는 비유는 이런 뜻인 것 같다. 경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그 안의 경제 주체들인 영세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가계부터 서서히 말라죽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대기업과 중산층도 무너지게 된다. 그렇게 한 번 경제 환경이 말라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여간 애를 써도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지 못하고 중산층도 복원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까지 겁주는 용어를 동원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전경련이 든 근거들이 허황된 것은 아니어서 ‘경제의 사막화’라는 우울한 예상도 간단히 부인하기가 어렵다.
전경련이 든 근거들은 이렇다. 우선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서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데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지갑을 닫아 민간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돈은 점점 돌지 않는데, 그 와중에 고령화가 진행돼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허덕이는 영세 중소기업과 잘나가는 대기업 간 기업생태계의 불균형은 점점 커지고 있어 여론은 점점 대기업에 부정적이 되어간다. 국가 채무가 늘어 나랏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 통화 유통 속도, 취업자 평균연령, 국가채무 규모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를 곁들이면 ‘사막화’를 극단적인 비관주의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게 된다.
물론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 요인이 맞물려 있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 땅이 말라 숲이 사라지고, 숲이 사라지니 땅이 더 빨리 마르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경제가 좋은 기후대를 벗어난 것은 분명한 듯하고, 비구름이 오기만을 기다릴 상황도 아닌 것 같다. 경기를 부양해 내수(內需)를 일으키거나, 정부가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식으로 기업 간 불균형에 개입하거나, ‘일하는 노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모두 ‘사막화 방지 사업’에 해당한다. 전경련은 그중 가장 돈이 덜 들고 효과가 큰 도구로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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