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개월만에 1100원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6일 03시 00분


“美-유럽서 풀린돈 한국 유입”… ‘저지선’ 깨져 수출업계 비상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져 원화가치가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9월 9일(1077.3원)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25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24일)보다 5.4원 내린 10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의 환율 하락세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풀린 돈이 기초체력이 좋은 한국에 더 몰려들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당분간 환율 내림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점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이날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의 재정긴축 시한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해 주면서 유럽의 재정위기 불안이 다소 완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지지선’인 1100원 선이 깨진 만큼 환율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대선이나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 등 변수가 있지만, 최근의 환율 하락세는 한국 경제의 뛰어난 경쟁력에서 비롯됐다”며 “이는 추세적인 것으로 환율은 완만한 속도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기업 160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52.6%가 ‘환율 하락의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수출이 매출의 75∼8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는 환율이 10원 내리면 약 2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손영기 대한상의 거시경제팀장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의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태평양 리서치센터 대표는 “환율보다는 대외 수요가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한국 경제도 강해졌다”며 “원-달러 환율이 950원 선까지 내려가도 한국 경제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고 말했다. HSBC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 1080원, 2014년 세 자릿수(9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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