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는 제품의 주요 소비자가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는 타깃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쪽부터 군부대에서 훈련병을 대상으로 열사병 강연을 하는 동아오츠카, 직장인에게 육포제품을 나눠주는 샘표식품, 캠핑장 프로모션에 나선 CJ제일제당. 각 업체 제공
동아오츠카 커뮤니케이션실 권성은 주임은 2주에 한 번꼴로 경기와 강원지역 육군 사단 신병교육대 다섯 곳을 찾아가 강연을 한다. 행군을 앞둔 훈련병들에게 열사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준다. 교육 참가자들에게 동아오츠카의 음료제품을 무료로 나눠주긴 하지만 강의 도중 브랜드나 제품을 언급하는 일은 없다.
언뜻 보기에는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권 주임의 강연은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 분말제품 판촉전략의 일환이다. 최근 군에서는 야외훈련을 나갈 때 수통에 포카리스웨트 분말제품을 타서 마시는 병사가 늘고 있다. 애인이 군 복무 중인 여성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 제품이 선물용으로 좋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권 주임의 강연은 훈련병에게 이 같은 문화를 퍼뜨려 단골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는 타깃 마케팅인 셈이다. 지난해 초 논산육군훈련소에서 교육을 받던 신병이 잇따라 숨지면서 사회 문제가 돼 군 당국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것도 동아오츠카가 사병을 대상으로 강연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됐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분말제품을 영내 매점(PX)에 공급하기 위한 협상도 벌이고 있다.
제품의 주요 소비층을 정확하게 설정한 뒤 소비자를 찾아다니는 타깃 마케팅은 동아오츠카뿐만 아니라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의 화두다.
샘표식품은 마시는 식초 ‘백년동안’의 타깃을 중년층 이상으로 잡고 아파트 부녀회, 주부 볼링대회, 등산로,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알코올로 속성 발효를 하는 다른 주정 식초음료와 달리 100% 생현미를 자연 발효시켜 만든 흑초인 ‘백년동안’의 특성을 제대로 알리려면 대면(對面)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용식초 시장의 선두업체인 대상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면대결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그 결과 백년동안은 2008년 매출이 15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50억 원, 지난해에는 400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나며 샘표식품의 든든한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찌개양념 브랜드 ‘백설 다담’을 홍보하기 위해 이달 들어 매주 주말 강원 및 충청지역 주요 캠핑장을 돌며 제품 5만 개가량을 무료로 나눠줬다. 파우치 하나에 다양한 양념을 담아 야외에서 찌개를 끓일 때 드는 수고를 덜 수 있게 한 이 제품이 아웃도어 열풍과 맞물려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롯데칠성음료는 스타크래프트대회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고 대회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에너지 음료 ‘핫식스’를 나눠주며 게임 마니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학생과 젊은 직장인 사이에 놀이문화 공간으로 완전히 뿌리내린 PC방은 음료업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게임 대회는 그런 점에서 롯데칠성음료에는 매력적인 마케팅 현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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