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3개월 만에 1100원선 붕괴 25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24일)보다 5.4원 내린 109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의 환율 하락세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풀린 돈이 기초체력이 좋은 한국에 더 몰려들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 이게 궁금해요 ::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를 나타내며 수출 기업들의 고민을 갈수록 깊게 하고 있습니다. 환율은 주가, 금리와 더불어 국내외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3대 지표라고 합니다. 이 중 환율은 국가와 기업은 물론이고 유학, 여행 등으로 해외 나들이가 잦은 일반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환율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적 상황과 심리적 요인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환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하는 환율을 최근 국내 경제와 연결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알고 싶어요. ○ 환율의 기본 개념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대 붕괴’, ‘원화가치가 연중 최고치까지 상승’. 얼마 전 조간신문에서 본 기사의 제목입니다. 환율이 붕괴되었다고 하니 떨어진 것 같은데 한국 통화인 원화의 가치는 최고치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럼 환율과 원화가치는 동네 놀이터의 시소같이 움직이는 걸까요? 환율을 한자로 쓰면 ‘바꿀 환(換), 비율 율(率)’입니다. 즉 한 나라의 통화와 다른 나라 통화를 교환할 때 쓰이는 비율입니다. 통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이용되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100원으로 떨어지면 1200원 주고 1달러를 받을 것을 100원 적은 1100원만 주면 됩니다. 이때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평가절상’됐다고 말합니다. 즉 환율 하락과 원화 가치 상승, 평가절상은 모두 같은 뜻이지요.
다양한 국가의 통화를 교환하려면 어떤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세계 각국은 각기 다른 돈을 쓰니까 어떤 교환 기준을 정해 놓고 바꾸어 쓰면 될 것도 같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고정환율제도’라고 합니다. 고정환율제도는 주로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자국의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합니다. 반면에 한국처럼 환율이 외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한 나라들도 있습니다.
○ 환율은 경제상황 반영하는 거울
최근 원화 강세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편한 진실’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못난이 뽑기 대회(Ugly Contest)’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국내 경제상황이 좋아진 덕분이 아니라 주변국들의 경제가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또 향후 글로벌 경제보다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당분간 하락(환율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 경제가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회복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도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경제학자들은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를 결정하는 요인을 몇 가지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첫째가 환율이 두 국가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다는 구매력 평가 이론이 있습니다. 국제수지, 즉 통화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명은 국제 대차 이론이라고 불립니다. 마지막으로 외환시장 참여자의 심리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환 심리 이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론도 환율 결정 요인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 이론들이 현실적인 환율의 움직임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 기업이 환율 하락에 대비하는 방법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규모의 비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국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환율 하락이 왜 수출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까요? 계약대로 상품을 건네고 돈을 받아도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계산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새 계약을 체결하려고 해도 달러로 환산한 제품의 가격이 올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지죠.
반면에 항공사는 유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됩니다. 일반적인 수입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수입 가격 하락은 국내 물가를 안정시켜 소비자들도 유리합니다.
이처럼 환율 변화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와 유불리를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린다면 불확실성이 커져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환율이 경제 여건을 적절히 반영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죠.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 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회사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리스크 관리를 합니다.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환율의 방향성을 고려한 뒤 경영계획을 세우는 전술적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환율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상당한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다행히 국내 대기업의 86% 정도는 환 위험을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환율 변동에 대응할 만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환 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최근의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불확실성의 ‘시계(視界) 제로’ 시대로 정의할 만합니다. 적극적인 환 위험 관리를 행동으로 실천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 이것도 알아두세요 ▼
은행이 일반고객 거래땐 ‘매매기준율’로 환율 적용
외환시장은 크게 은행끼리 외국 돈을 매매하는 ‘은행 간 시장’과 은행과 일반 고객이 거래하는 ‘대고객 시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환율은 먼저 국내외 은행들이 매매하는 은행 간 시장에서 시세가 형성됩니다. 이어 각 은행이 이 시세를 토대로 일반 고객들과 거래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을 정하면 대고객 시장의 시세가 되는 것이죠.
은행끼리 거래할 때 환율은 ‘은행 간 시장환율’ 또는 ‘외국환 매매율’이라고 부릅니다. 각 은행이 일반 고객들과 거래할 때 제시하는 환율은 ‘준거환율’이라고 하지요.
‘매매기준율’도 알아둘까요. 매매기준율은 은행이 준거환율의 기준으로 삼는 환율입니다. 은행들은 보통 은행 간 시장환율 가운데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평균시장 환율을 매매기준율로 이용합니다. 그러니까 매매기준율은 은행들이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외환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죠.
다만 은행들은 매매기준율을 게시할 때 거래 유형별로 일정 기준의 수수료율을 더하거나 뺍니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외환을 살 때 환율은 팔 때 환율보다 높고, 송금할 때 환율은 현금을 거래할 때보다 낮습니다.
이성룡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
◇이번 주 문제
은행에서 외환을 매매하는 전용 사무실을 ○○룸이라고 부릅니다.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면 ○○룸이 아주 분주해지죠. 다음 중 ○○에 들어갈 낱말을 골라 입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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