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인천∼괌 노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천∼괌 노선에 처음 취항한 제주항공은 26일까지 30일 동안 이 노선의 탑승률이 69%(승객 7300여 명)였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제주항공의 14개 국제선 첫달 평균 탑승률(63.8%)을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진에어의 동일 노선 평균 탑승률은 78%다. 1992년 서울∼괌 노선 취항 이후 사실상 20년 동안 대한항공이 독점해온 괌 노선이 제주항공의 진입으로 치열한 경쟁체제로 바뀐 것이다.
제주항공은 낮은 운임이 경쟁력을 갖게 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제주항공의 인천∼괌 노선 편도 운임은 41만6500원으로 가장 낮다. 대한항공의 57만8600원은 물론 LCC인 진에어의 46만55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또 리조트, 수상 레포츠 시설 등 현지 업체와의 제휴도 제주항공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요인으로 보인다.
괌 노선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29일 괌 방문객 중 직접 항공권을 사고 관광 일정을 짜는 개별 자유여행객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는 얼핏 여행 트렌드에 대한 설명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자체 홍보로 보고 있다.
실제로 괌 관광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방문객 중 약 89%가 패키지 상품을 통해 괌을 방문했다. 지난달까지 대한항공이 괌 노선을 독점해 왔기 때문에 이 통계는 사실상 대한항공 승객의 통계인 셈이다. 대형 여행사와 계약하지 못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비율이 69%에 머문 제주항공의 점유율이 늘면서 자유여행객의 비율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항공 측은 “우리가 운영하는 14개 국제노선 중에 대형 여행사가 사업 참가를 거부한 곳은 괌 노선이 유일하다”며 “기존 대형 항공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신뢰성과 영업력 부족으로 대형 여행사를 참여시키지 못한 것을 우리에게 핑계를 대고 있다”며 반박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28일부터 인천∼괌 운항 횟수를 주 7회에서 11회로 늘리며 공격적인 노선 운영에 나섰다. 내년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독점 운행하고 있는 사이판 노선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 독점 노선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