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순환출자 금지를 논의하는 가운데 “대기업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국내총생산(GDP)이 2%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이같이 주장하고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전망되는 실정을 감안하면 ‘메가톤급 파장’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최소한 14조6000억 원이 든다”며 “여기에 신규 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GDP가 2%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또 “순환출자를 막으면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신규 투자보다 주력 기업 지분을 늘리려 할 것이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해마다 배당금으로 막대한 부(富)가 외국에 유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도 주제발표에서 “순환출자나 오너 중심 경영은 국내 기업만의 특징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서 흔히 발견된다”며 르노-닛산과 도요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 자동차기업의 오너 경영 체제는 신속한 집행과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이끄는 등 장점이 많다”며 “오너 경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독일은 폴크스바겐그룹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주 정부를 제외한 주주의 의결권을 20% 이내로 제한했으며, 미국 포드는 오너인 포드 가문에 차등의결권을 영구 보유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지배구조 규제의 초점은 일률적인 출자규제보다는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막는 소수주주권 확보에 둬야 한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승재 변호사는 “현재 한국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는 과거 정책이 빚은 산물”이라며 “그런 고려 없이 그동안의 법령과 정책 개정을 일거에 뒤집는 방향으로 ‘사회과학적 실험’을 벌이려 들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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