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상동도서관 1층 청년드림센터에서 취업 멘토로 나선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 허정욱 과장(오른쪽 위)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부천시청 제공
취업 멘토의 눈은 서류를 뚫을 듯 매서웠다. 취업 준비생인 학생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맴돌았다. 25일 오후 3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도서관 1층 ‘청년드림 부천캠프’에서는 서류를 넘기는 소리, 볼펜으로 줄을 긋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멘토가 죽죽 줄을 그을 때마다 학생들은 행여 자신의 서류인가 싶어 목을 빼고 주시했다. 고개를 숙인 채 가끔씩 갸웃하던 멘토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이 서류로는 현대자동차 서류전형에서 5명 모두 탈락, 탈락, 탈락, 보류, 탈락입니다. 합격하려면 다 바꾸셔야겠어요.”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현대·기아자동차, 부천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청년드림 부천캠프의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냉혹하지만 취업 준비생에게 절실한 멘토링이 이어졌다.
이날의 멘토는 현대자동차 인재채용팀 허정욱 과장(35). 그는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기보다 직설적으로 현실을 똑바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겠다”며 입을 뗐다. 청년 구직자들은 초반에는 잠자코 듣다가 갈수록 이 프로그램이 ‘실전용’이라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취업 준비생 사이에 떠도는 ‘학교 할당제’나 ‘편입학생 불이익’ 등 많은 설에 대해 질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었다.
허 과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점수 위주의 채용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지원자의 ‘열정과 끼’를 알아보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면접에서 초라해 보이는 차림으로 등장한 한 지원자가 태블릿PC로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블로그를 보여주며 ‘마니아’의 면모를 훌륭히 드러내 합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직무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스펙은 중요하다”며 “출신 학교가 결정적 고려 대상은 아니지만 학업 성적이 좋은 사람, 대외활동이 다양한 사람, 업무 관련 자격증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더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업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열정과 끼를 내보일 ‘재료’를 많이 마련하는 것과 장단점을 과대 포장하지 않는 ‘솔직함’이라고 강조했다. 공부 외에 여러 활동에 도전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많이 만들라고 주문했다. 또 단점은 솔직하게 말하되 극복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처음에 불안한 표정이던 학생들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활짝 웃었다. 한 취업 준비생은 “이렇게 소수 정예로 직설적인 멘토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현실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눈이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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