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담당기자가 된 지 이제 반 년. 뭔가 대단한 투자정보를 기대하며 질문하는 친구들의 눈빛이 아직도 부담스럽습니다. 전 아직 앞뒤 모르는 새내기 기자일 뿐인데 말이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취재 갔다가 문전박대 당하기도 하면서 부동산과 친해지는 중입니다. 부동산, 알수록 매력 있고 더 알고 싶어집니다. 친구들에게 말해주듯, 독자 여러분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새내기 김 기자의 부동산 현장 체험. 그 첫도전은 세종시입니다.
분양관계자들은 서울에서 두 시간이 채 안 걸린다고 했던 거 같았는데, 자동차로 와보니 두 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타워크레인이 줄지어 서있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가장 먼저 입주민을 맞이한 ‘첫마을’ 안내판이 눈에 띄더군요. 오전 이른 시간이라 취재는 잠시 미루고 허기를 달래려 단지 안 상가를 찾았습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식당이 국민식당 ‘김밥○○’밖에 없네요. 이래서는 입주민들이 편하게 살기엔 많이 부족해보입니다. 외출 나온 주부 김모 씨(39)를 만났습니다. 남편이 공무원인 김 씨는 “이제 입주를 시작했는데 완벽할 수 있나요?”라고 되묻네요. 교육여건이 좋아 세종시 생활에 만족한답니다.
‘첫마을’에서 제일 먼저 사무소를 열었다는 유지원 세종명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를 찾아갔습니다.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친구가 ‘대출받아 세종시에 오피스텔을 사고 싶다’고 하던데 위험하지 않을지 먼저 묻고 싶었습니다. 아파트를 산다면 어느 곳을 골라야 할지도 궁금했지요.
유 대표는 “딸 같아서 해주는 말”이라며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세종시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들뜬 제 마음을 눌러 앉혔습니다. 현재 이곳 오피스텔 시세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60만 원 선이랍니다. 서울만큼의 임대료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죠. 무리해 투자하면 겨우 대출금 갚았을 때 낡은 오피스텔만 남을 것이라고 했어요.
유 대표가 갑자기 세종시 지도를 펼칩니다. “집 사고 싶으시다면 이곳을!”이라며 간선급행버스(BRT) 정류장을 볼펜으로 딱딱 찍습니다. BRT(Bus Rapid Transit)는 세종시 전체를 감싸안듯 지나는 버스노선 체계를 말합니다. 대도시에 역세권 프리미엄이 있듯 이곳은 BRT 프리미엄이 있나봅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들도 BRT가 가까운 곳은 호가가 1000만 원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날 함께 세종시를 찾았던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도 “1·2기 신도시의 발달과정을 보면 값이 오르는 아파트는 항상 교통 요지에 있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올 상반기(1∼6월)만 봐도 BRT에서 먼 지역은 분양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성적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긴 이릅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공급과잉과 전매제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분양관계자들이 말하는 ‘배후수요 50만 명’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이죠. 이미 입주한 아파트에 붙은 프리미엄도 ‘호가’에 불과하다고 경고합니다. 현재 웃돈이 몇천만 원씩 붙은 아파트라 해도 2년간 사고팔 수 없는 ‘전매제한’이 걸림돌이라는 것이죠.
취재를 마치니 오후 4시가 됐습니다. 세종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밀마루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중심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정부청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직은 터만 닦인 황량한 도시입니다. 앞으로 세종시가 어떻게 진화해나갈지 기대를 해봅니다.
다음 편은 송도입니다.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을 유치한 이곳에 직접 가서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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