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승희 씨(33)는 인터넷 쇼핑은 즐기지만 백화점에 들어가는 건 부담스럽다. 인터넷에서는 마음껏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지만 백화점에서는 직원이 ‘뭘 찾느냐’고 말을 거는 순간 불편하게 느껴진다.
최근 김 씨처럼 쇼핑 정보와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골라 입는 재미를 중시하는 젊은 층과 남성들이 늘면서 백화점 직원들의 고객 응대법이 바뀌고 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기 무섭게 점원이 “뭘 찾으세요”라고 물으며 무조건 따라붙던 방식에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게 시간을 주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30대 이상 여성 고객은 자칫 응대를 안 했다가 ‘무시하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남성과 20대 고객에게는 가능한 한 접근을 자제하는 게 매장을 다시 찾게 하는 비법으로 통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남성에게 호객행위 하는 것은 함께 죽자는 것’, ‘남자는 쇼핑이 싫은 게 아니라 상황과 공간이 불편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직원들에게 매장에 들어오는 남성들을 그대로 두라는 취지의 교육을 실시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알려 달라’고만 하고 그대로 지켜봐야 남성이 불편해하지 않고 상품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남성 고객 대상으로 무역센터점이 2007년 도입했던 ‘코디바 서비스’를 올해 없앴다. 쇼핑을 어려워하는 남성 고객을 위해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하면서 나이와 얼굴색, 체형을 감안해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등 쇼핑을 도와줘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줄면서 결국 없애기로 한 것이다.
최진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남성의류 담당 과장은 “요즘 남성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트렌드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제안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남성들이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고 고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데 초점을 맞춰 내년 5월 남성 전문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20대를 어떻게 맞을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20대는 가장 적극적으로 쇼핑하기를 좋아하는 연령대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본점 영플라자를 리뉴얼 오픈하며 ‘스마일 팔찌’를 선보였다. 1층 입구에 3가지 색의 팔찌를 두고 고객이 손목에 차게 했다. 노란색 팔찌는 ‘쇼핑 상담을 받고 싶다’, 하늘색 팔찌는 ‘난 혼자 보고 싶으니 말 걸지 말아 달라’, 핑크색 팔찌는 ‘시간이 없으니 빨리 안내해 달라’는 뜻이다.
조시훈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팀장은 “자신의 쇼핑 성향을 간편하게 나타낼 수 있어 젊은 고객들이 재미있어한다”며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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