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양판점 시장 1위 업체 하이마트가 ‘롯데하이마트’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다.
롯데하이마트는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한병희 하이마트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노 의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도네시아는 시장이 크고 몰 형태의 매장이 많아 하이마트가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마트가 30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또 해외 메이저 가전 유통업체가 선점한 중국시장과 달리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하이마트를 우선 롯데마트 현지 점포에 입점시켜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독자적으로 가두매장을 내는 단계적 진출 방식을 취하면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롯데마트가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해외에서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하이마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한 대표도 “국내 최대 유통그룹 롯데와 합병하게 돼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추구하는 해외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기존 롯데 계열 유통업체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기존 영업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두 업체의 결합으로 시장 독과점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영업 규제가 정치권의 화두인 상황에서 롯데로서는 외부의 우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기존 스태프 조직의 경영 스타일을 존중해줬던 롯데의 과거 경영 전례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내시장에서도 롯데의 기존 계열사가 롯데하이마트의 시장지배력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하이마트가 지난해 3조40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롯데마트의 가전 및 정보기술(IT) 부문 매출은 5000억 원가량에 불과하다. 롯데마트로선 저가TV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의 기획 및 구매 과정에서 롯데하이마트의 후광을 업고 제조업체와 협상을 할 길이 열린 것이다. 노 대표가 “롯데하이마트와 디지털파크(롯데마트의 가전·IT 전문매장) 사업이 시너지를 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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