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한국골프장 살길은… “골프장에 여성과 청년을 뛰놀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日서 130곳 운영 구사후카 PGM 고문의 조언

골프장 마케팅 관련 회의 참석차 31일 한국을 찾은 ‘골프장 경영의 귀재’ 구사후카 다케시 PGM 고문은 한국에 골프장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티골프 스튜디오 제공
골프장 마케팅 관련 회의 참석차 31일 한국을 찾은 ‘골프장 경영의 귀재’ 구사후카 다케시 PGM 고문은 한국에 골프장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티골프 스튜디오 제공
“4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 골프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하나였습니다. ‘더이상 골프장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죠.”

일본에서 130여 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PGM의 구사후카 다케시 고문(50·전 회장)의 말이다.

2008년 한국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 골프장을 합쳐 280개 정도였다. 4년이 지난 올해 골프장 개수는 320여 개로 늘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부동산 가격 하락, 내장객 감소까지 겹치며 한국 골프장들은 악전고투 중이다. 절반 이상 골프장이 적자를 내고 있고, 50여 개 골프장은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인허가 절차를 끝내고 건설 예정인 골프장이 180개를 넘는다. 만약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500여 개 골프장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2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리는 ‘제3회 글로벌 골프장 마케팅 콘퍼런스-한국 골프장 경영위기 생존전략 고찰’ 참석차 31일 방한한 구사후카 고문은 “이대로라면 한국 골프 시장은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 일본에는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2400여 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무려 1000여 개 골프장이 부도가 났다. PGM과 같은 거대 골프장 그룹에 흡수되거나 외국 자본에 팔린 골프장도 있지만 아예 문을 닫은 곳이 수두룩하다.

구사후카 고문은 ‘발상의 전환’을 위기 타개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예전 일본이 그랬듯 한국에서는 모든 골프장이 ‘명문’을 지향한다. 하지만 골프가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끝났다. 여성이나 젊은이 등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야 골프장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회원권 가격과 이용 비용이 비싼 명문 골프장도 있어야 하지만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골프장도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쉬운 코스를 가진 골프장은 중급자 이상 골퍼에겐 인기가 없을 수 있다. 그런 골프장들은 저렴한 그린피 등을 제시해 ‘여성 프렌들리(friendly)’하게 바꾸면 된다. 약점을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전체적으로는 골프 인구가 줄고 있지만 젊은 여성 골퍼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여전히 많은 일본 골프장이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PGM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캐디를 쓰지 않는 골퍼에게 3000∼4000엔(약 4만1000∼5만5000원)을 할인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좋은 경영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때마침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31일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개별소비세 폐지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회원제 골프장 입장 시 내야 하는 1인당 2만1120원의 세금을 없애면 그린피 인하가 가능해지고, 이는 곧 내장객 증가로 이어져 골프장의 경영실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사후카 고문은 “일본에도 800∼1200엔(약 1만1000∼1만6000원)에 이르는 세금을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한다. 골프장들이 아무리 폐지를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스스로 비용 감축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기존 회원의 동의를 구해 비회원의 라운딩 기회를 늘리고 주변 골프장과 제휴하는 방법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이미 많이 지어졌지만 이제라도 더이상 골프장을 짓지 말아야 한다.”

[채널A 영상] 북한에도 골프장이 있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장#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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