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 6월 인구 5000만 명을 돌파하며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들을 일컫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반면에 유엔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156개국 중 56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에 비해 경제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말레이시아(51위), 태국(52위)보다 ‘행복도’에서 뒤처진 것이다.
대선을 앞둔 각 당의 대선후보들도 이런 점을 의식해 ‘국민행복’ ‘힐링 대통령’ 등의 구호를 내걸고 국민의 행복수준을 높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국민의 행복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지수 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 경제성장과 행복의 상관관계 낮아
남주하 서강대 교수(경제학)와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가 1일 ‘한국의 경제행복지수 측정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행복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 교수팀은 1인당 소비지출, 지니계수, 절대적 빈곤율 등 24개의 변수를 종합해 ‘한국적 경제행복지수’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3∼2010년 한국인의 경제행복지수와 한국의 GDP성장률을 비교했더니 상관관계는 0.14에 그쳤다. 상관관계는 0일 때 아무 관계가 없고, 1일 때 함께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0.14는 둘의 관계가 낮다는 뜻이다.
남 교수 팀은 “경제성장률과 경제행복지수가 따로 움직이는 것은 경제의 성장에 비해 소득분배, 사회의 안정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평가항목 중 소득분배와 연관된 지니계수, 절대적 빈곤율 등이 경제행복지수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다만 미국 서브프라임사태 등 세계적 금융위기 국면에서는 두 지수가 함께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미 정치권은 공약 등을 내세우면서 경제적 성과와 괴리된 한국의 낮은 행복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달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고 세계 경제 순위는 15위로 국민소득은 올랐는데, 국민의 행복지수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은 지난해 말 “성장률 등 기존의 경제지표로는 국민의 행복도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민의 경제적 행복을 측정하는 ‘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대안 지수’에 관심 모아져
각국 국민의 행복 수준을 계량화하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행복지수’를 처음 선보인 것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부탄이었다.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은 1974년에 “GDP가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를 기준 삼아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건강, 시간 활용방법, 환경 등이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지표로 사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아 행복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만들었다.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소득, 일자리, 공동체 생활, 일과 삶의 균형 등을 포함한 총 11개 영역을 평가한다. 각 항목의 평균 점수에서 호주가 1위를 차지했고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전체 26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한국은 교육 직업 치안 정치참여 등에서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공신력 있는 행복지수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 교수는 “기존의 경제지표만 가지고는 국민 삶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GDP를 기본으로 하되 고용, 주거안정 등의 지표들을 포함하는 지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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